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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포럼 / 주민소환제 도입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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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포럼 / 주민소환제 도입 필요한가

입력
2000.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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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소환제의 도입은 과연 합당한가. 지난주 최인기(崔仁基) 행자부 장관이 지난주 지방자치단체장의 전횡을 막기위해 주민소환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경기 고양시 주민들이 러브호텔을 무더기로 허가한 고양시장을 소환할 수 있도록 헌법소원을 내기로 함으로써 이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주민소환제란 주민들이 지자체의 행정처분이나 결정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소정의 절차를 밟아 단체장을 불러 그에 관한 설명을 들은 뒤 투표를 통해 단체장에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제도.이에 대해 지방행정에 주민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선 반드시 이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과 단체장에 대한 중앙정치의 압박수단 등으로 악용될 소지가 적지 않아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신중론이 엇갈리고 있다.

찬성

지병문

전남대 정치학 교수

간접 민주주의는 정책을 입안할 선출직 공직자를 시민이 통제하고 이들 선출직이 관료를 통제하게 하려는 제도이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에서 선출직에 대한 시민의 통제나 관료에 대한 선출직의 통제는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보완책으로 불가피하게 도입된 제도가 시민 참여이다. 시민 참여 중에서도 주민소환제는 정치인에 대한 가장 확실하고 직접적인 통제 수단이다. 주민소환제는 일정 수 또는 일정 비율의 선거인이 청원하면 선출직 공직자에 대해 임기전에 선거를 다시 실시하고, 선거에 지면 공직을 떠나게까지 할 수 있는 제도이다. 미국에서는 지방의원, 교육위원, 단체장 등 지방 공직자에게 광범하게 적용된다.

만시지탄이 있으나,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지방정치를 정착시키기 위해 주민소환제의 도입은 환영할 일이다.

지방의원은 주민의 대표로서 정치적 갈등을 해소하기는 커녕 오히려 정치적 갈등을 확대재생산하고 있고, 단체장은 월권과 부패를 일삼고 있다. 일부 지방의원은 이권개입, 뇌물수수 등으로 물의를 빚고 있으며, 의장단 선거를 둘러싸고 동료 의원을 매수하고 폭력까지 휘두르고 있다. 지방의원들의 관광성 해외 여행에 주민들이 분노하지만 시정됴? 지 않고 매년 반복된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하에서 온 국민이 미증유의 고통에 신음하고 있던 때 일부 지방의회는 수 십억원 짜리 의원 전용회관을 신축하여 예산을 낭비했다. 고양시장은 학교에서 70 ㎙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그것도 건축 허가를 반대하는 해당 학교의 의견마저 묵살하고 러브호텔 건축을 허가했다. 광양시장의 부인은 승진을 미끼로 수천만원을 받아 실형을 선고받았음에도, 시장은 몰랐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리됐다. 충북 교육감은 교장 시절 자신 소유의 건물을 매매춘업에 임대했다가 문제가 되자 아들이 한 일이라고 발뺌하고 있다.

이들의 행위를 법적으로 처벌하기는 어려울 지 모르나, 정치적 책임까지 면할 수는 없다. 그런데 현재로서는 정치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수단이 아무 것도 없다. 기껏해야 시위를 하고 천막 속에서 농성하고 러브호텔 출입자를 인터넷에 공개할 뿐이다. 공천이 당 총재나 지구당 위원장에 대한 충성도에 의해 결정되고 투표가 지역패권주의에 의해 지배되는 정치구조 속에서, 이들의 오만과 위선, 황제식 전횡을 막기위한 주민소환제의 도입은 불가피하다. 주민의 축제여야 할 지방선거가 정당과 지방 정치인들만의 잔치로 전락한 것도 이들에 대한 정치적 불신 때문이다. 세계는 하루가 멀다하고 변하는데, 부패하고 무능한 공직자들을 임기가 끝날 때까지 몇 년씩 기다려 줄 여유가 우리에게는 없다.

주민소환제는 서둘러 도입하되 지방의원과 단체장에게 동시에 적용해야 한다. 어느 한쪽만 시행하면 다른 쪽이 이 제도를 악용, 상대편을 괴롭히고 공격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반대

이영근

부산 남구청장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제도는 1965년 처음 실시됐으나 5ㆍ16으로 중단되어오다가 많은 희생의 대가를 치르고 91년 4월15일 지방의회가 구성됐으며 95년 6월 27일 자치단체장이 주민의 손에 의해 직접 선출됨으로써 완전한 지방자치제의 틀을 갖추게 되었다. 그러나 현행 자치제도는 골격만 갖추었을 뿐이지 국가위임사무의 집행이나 인사·ㆍ조직ㆍ·예산배분의 과정에 있어 중앙정부 및 상급 자치단체의 승인을 받도록 되어 있는 등 중앙집권적 요소를 많이 내재하고 있다. 여기에 지자제 실시 이후 주민들의 욕구는 봇물처럼 분출되고 있다. 최근 문제가 되는 러브호텔도 법ㆍ제도적으로는 절차상 하자만 없으면 허가를 내주도록 돼있지만 주민들로부터는 엄청난 저항을 받고 있다.

이같이 어려운 여건 하에서도 대다수 민선 단체장들은 임기가 보장되지 않아 책임 행정 구현이 되지 않았던 관선시대는 엄두도 내지 못한 일들을 소 신과 의욕으로 지역 특성에 맞춰 다양하고 창의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은 물론 지역 발전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그런데 잴? 치단체장의 전횡과 지방자치의 역기능을 막는다는 취지로 1998년 정치권의 기초단체장 임명제 전환 논의가 있었다. 또 지난달 정부의 기초자치단체 부단체장 국가직 전환, 단체장의 부당한 행정집행에 대한 서면 경고제와 직무이행 명령제, 대리 집행제 등을 골자로 한 지방자치법 개정 시도가 이어졌다. 이번에는 급기야 ~[]O? 민소환제 도입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주민소환제는 단체장이나 지방의원, 국회의원들이 본분을 성실히 수행하지 않고 전횡을 휘두를 때 지역 주민들이 이들을 소환해 책임을 따지고 잘못이 드러날 경우 그 직위를 박탈하는 제도다

민선단체장이 직무를 유기하거나 전횡이 심하면4? 강력한 감시·견제장치가 필요하다는 데는 이의가 없다. 그러나 그동안 민선자치시대를 맞아 이룩한 순기능 측면은 도외시 한 채 몇 건의 불미스런 사건을 마치 전체인양 부정적 시각으로 보면서 주민소환제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淄苛鳴~ 본다.

이러한 발상을 갖는 것은 민선단체장의 소신 있는 행정에 찬물을 끼얹고 지방자치 발전에 역행하는 처사로 밖에 볼 수 없다. 왜냐하면 지금처럼 법적, 제도적 뒷받침이 되지 않고 자치환경이 성숙되지 않는 상태에서 주민소환제가 도입되면 민선단체장의 부분적

폐해가 침소봉대되거나 반대를 위한 반대와 선거직인 단체장의 중상모락용 등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선거 풍토상 단체장과 반대편에 있던 측은 선거가 끝난 뒤에도 단체장에 반대하는 활동을 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시민들의 감시·견제장치로 주민감사청구제와 조례개정 및 폐지 청구제 등이 있는 만큼 이 제도의 효율성을 높여나가고 주민소환제는 보다 신중한 검토와 연구를 거쳐 지방자치 의식이 어느 정도 성숙되고 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할 수 있는 법령과 제도 등이 구축된 후 도입돼야 할 것이다.

■텔레서베이 / 주민소환제 도입 필요한가

찬성 96%로 압도적

우리 국민의 압도적인 다수가 주민소환제 도입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일보와 한국통신엠닷컴이 18~19일 018 을 이용하는 성인 남녀 44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무려 95.9%가 주민소환제 도입을 찬성했다. 반대는 불과 4.1%.

특히 40대 이상과 여성, 학생 및 주부는 각각 100%가 찬성했다.

찬성의 이유로는 `지방정치구조의 비민주성과 부패를 막을 수 있으므로'가 43.7%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지방행정에 주민 의견을 신속히 반영할 수 있으므로' 42.2%, `자치단체에 대한 주민 통제력을 강화할 수 있으므로' 14.1%의 순이었다.

반대의 이유로는 `현재 자치단체장 등의 반대파가 정치적으로 악용할 수 있으므로'가 66.7%, `아직 초기 단계인 지자제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으므로'가 33.3%였다.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주민의사를 충분히 반영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91.9%가 `그렇지 않다'고 대답, 기존 지방정치권에 대한 강한 불신을 나타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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