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링' 보다는 `분노의 역류' 에 가깝다. 재난의 비극만을 강조하는데 목적이 있지 않다. 오히려 현장에 위험을 무릅쓰고 뛰어들어야 하는 119 구조대원들의 갈등과 우정과 사랑이 진하다. 그래서 한국영화로는 처음 시도한 불의 영화 `싸이렌' (감독 이주엽)은 드라마이다.영화는 `쉬리' 처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공식을 따른다. 먼저 중국음식점에서 가스통 폭발사고와 그속에서 사랑하는 딸과 아내를 잃은 형석 (선우재덕)의 울부짖음, 구조대원 강현(정준호)과 임준우(신현준)의 충돌로 강한 액션과 비극성, 갈등의 구조를 깔아 놓는다. 할리우드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두세 차례 연출된 거대한 화재현장은 분명 한국영화의 또 하나의 새로운 성공임에는 틀림없다. `분노의 역류'의 폴 스테이플이 이끄는 특수효과 팀, 화재에 견딜 수 있는 특수 세트와 실재 크기의 반으로만 줄인 미니어처 제작, 서울소방방재본부의 전폭적인 물량지원이 이뤄낸 성과이다.
그 성공 위에서 `싸이렌' 은 드라마를 전개한다. 그 중심은 친구이면서 정반대 성격의 강현과 임준우의 갈등과 화해이다. 갈등이 깊은 만큼 화해 역시 더욱 감동적이라는 사실을 아는 영화는 그래서 드라마틱한 상황을 설정한다. 이성적인 강현과 감상적~? 며 거친 임준우의 성격이 부딪치며 빚어온 비극은 과거까지 거슬러 가고 강현 때문에 아내와 딸이 죽었다고 생각하는 형석의 비뚤어진 복수심으로 이어지게 만든다.
`싸이렌' 은 어느 시점에서 어떻게 갈등을 증폭시키고 풀어야 하는지 알고 있다. 임준우에게는 사랑하는 여자 하예린 (장진영)을 있게 했고, 강현에게는 등반사고 때 자신이 로프를 잘라 불구가 된 선배가 있다. 구조대원들이 필요한 다양한 현장을 통한 둘의 갈등반복도 지루해질 쯤에는 한 근로자의 자살사고에서 서로 감싸주기로 그것을 풀어낸다. 임준우와 하예린의 사랑얘기가 밋밋하다고 느끼기가 무섭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않기 위한 이별을 보여준다.
모든 것이 잘 짜여진 각본처럼 준비돼 있다. 마지막 형석의 스릴러적 음모가 가져올 긴장과 그로 인한 우정, 사랑의 아픔까지 영화는 계산해 놓았다. 인물의 성격, 추락사고로 징계위원회에서 강현이 보여준 우정, 하예린의 사랑의 몸짓, 형석의 비뚤어진 복수심, 구조대원들의 반응, 희생적인 우정 등이 너무나 익숙하다. 신현준까지 딱딱하고 턱없이 심각한 `장군의 아들' 의 하야시의 모습 그대로다.
`싸이렌' 은 이런 설정과 서술방식이 가장 영화적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영화적 상상력이 오히려 가장 드라마틱한 현실 속에 존재하는 구조대원의 이야기를 관습적이고 정형화한 틀 속에 가두고 마는 아쉬움을 남긴다. 그러나 이런 느낌도 어디까지나 한참후의 일이다. 영화를 보는 동안은 거대한 불과 그 속에 뛰어든 연기자들의 용기에 시선을 빼앗길 뿐이다. 28일 개봉.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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