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리아 아로요 (52) 필리핀 부통령이 뇌물 수수 스캔들을 일으킨 조셉 에스트라다 대통령 퇴진 운동의 구심점으로 부상하고 있다.아로요는 스캔들이 폭로 된 후 12일 사회복지장관직을 내놓은 데 이어 17일 에스트라다 퇴진을 위한 야당 연합 전선을 이끌 것이라고 선언, 치명타를 안겼다.
야당 라카스-NUCD의 지도자인 그는 언제나 에스트라다 옆에 서있는 모습으로 야당의 지지를 받는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심는데 도움을 줬다.
그러나 마닐라에서 1만여명의 군중이 모인 집회가 열린 17일 퇴임 지지를 밝힌 아로요의 사무실은 반 에스트라다 운동의 사령탑으로 변했다. 그는 14년전 `피플파워' 운동을 이끌며 페르디난도 마르코스 대통령의 퇴진을 이끌었던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에 이은 여성지도자로 기대를 받고 있다.
필리핀 9대 대통령 고(故) 디오스다도 마카파갈의 딸인 그는 미국 조지타운대학에서 빌 클린턴 미 대통령과 함께 수학한 경제학 박사 출신이다.
귀국한 뒤 대학 교수를 거쳐 1980년대 후반 무역산업부 차관보로 공직에 발을 들여놓았고 남성 정치인들에 비해 깨끗하고 부지런한 인상으로 인기를 모았다. 상원의원을 거쳐 1998년 부통령 선거때 에스트라다 대통령보다 많은 표를 얻을 정도로 대중 지지도가 높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번 스캔들을 비롯한 각종 정치적 부패에서 아로요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또 대통령의 딸로 태어나 스스로도 대통령을 꿈꾸는 아로요로서는 에스트라다가 임기 도중 사임할 경우 부통령은 대통령 후보로 출마할 수 없다는 헌법 규정 때문에 그의 퇴진 운동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윤정 기자 yj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