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대상외 정치자금·횡령·사기등 제외최근 입법예고된 자금세탁 방지법에서 정치자금이 자금추적 대상에서 제외된 사실이 드러나 시민단체가 강력 반발하는 등 파문이 일고 있다.
이달 2일 법무부와 재경부가 입법예고한 자금세탁 방지법(`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안'과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 등 2개 법안)에 따르면 핵심사안인 정치자금이 자금추적 및 거래정보 통보 대상에서 빠졌을 뿐 아니라, 정치자금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배임과 횡령, 사기도 대상범죄에서 제외됐다.
이와 관련, 경찰청 고위관계자는 “법안에 의거, 신설될 재경부 산하 `금융정보분석기구(FIU)'는 범죄혐의와 관련된 자금거래 정보를 추적하고 혐의거래가 드러날 경우 수사기관 및 금융당국에 거래정보를 통보토록 되어 있으나 가장 핵심인 정치자금이 통보대상에서 제외됐다”며 “또 배임, 횡령, 사기 등 범죄들도 정치자금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제외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들 자금세탁 방지법 관련 2개 법안은 정치자금 제외 여부를 놓고 지난달 당정협의 때도 논란이 일었으며, 시민단체로부터도 집중적인 비난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정부가 입법예고를 하면서 조직폭력, 도박, 마약, 뇌물, 윤락, 약취유인 등 80여가지 범죄에 대해서는 자금추적 정보 통보 의무를 규정하면서 정치자금 및 이와 관련한 3종의 범죄는 제외시킨 사실이 뒤늦게 확인된 것.
이에 대해 경실련 등 시민단체와 형법 학자들은 16일 연 합동공청회에서 “정치자금을 제외시킨 것은 정치적 야합이며, 법안의 취지를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관련 범죄가 제외된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시민단체와 학자들은 특히 자금추적 및 통보 대상을 `범죄혐의 거래가 있을 경우'로 애매하게 규정한 데 대해서도 금융정보분석기구의 재량을 지나치게 인정한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1만달러 이상 거액 현금거래를 의무적으로 통보토록 하고 있다.
또 통보대상 기관을 검찰과 국세청, 관세청, 금융감독위원회 등 4개 기관으로 한정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전체 범죄 수사의 97%를 경찰이 담당하는 마당에 경찰을 통보대상 기관에서 제외시킨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일부 기관의 정보독점과 수사차질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경실련 부정부패추방운동본부 김한기 부장은 “조직범죄와 마약 사범이 문제가 되는 미국 등 선진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음성적 정치자금이 가장 큰 문제인 데도 이와 관련한 범죄가 제외됨으로써 법 자체가 유명무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정치자금 및 관련 범죄를 대상에 포함시키고 2,000만원 이상 현금거래 정보를 의무적으로 추적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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