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시리즈가 44년만에 재개됐다.20세기 최고의 명문 뉴욕 양키스가 18일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6차전서 데이비드 저스티스의 7회 역전 3점홈런을 발판으로 9-7로 신승, 4승2패로 통산 37번째 아메리칸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양키스는 전날 내셔널리그 챔프에 오른 메츠와 7전4선승제의 뉴욕 지하철 월드시리즈를 벌이게 됐다.
양키스는 통산 26번째 월드시리즈 우승과 98, 99년에 이어 3연패에 도전하고 메츠는 `어메이징(놀라운)'이라는 별명을 얻은 69년과 86년에 이어 3번째 우승도전이다. 월드시리즈 1차전은 22일 양키스 홈구장인 양키스타디움에서 시작된다.
양키스의 신화는 계속됐고 매리너스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매리너스는 1회초 3년 연속 포스트시즌 무패행진을 벌인 `엘 듀크'(스페인어로 공작) 올랜도 에르난데스를 상대로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에드가 마르티네스의 연속 2루타로 2점, 4회초 8번 카를로스 길런의 통렬한 우월 투런홈런까지 보태 4-0으로 점수차를 벌려 챔피언십 시리즈를 7차전까지 끌고가는 듯 했다.
하지만 4회말 3점을 따라붙은 양키스는 7회 가공할 공격력을 과시했다. 대타 호세 비스케이노의 내야안타와 척 노블락의 희생번트, 데릭 지터의 좌전안타로 1사 1, 3루.
시즌중 양키스로 이적한 저스티스가 바뀐 투수 아서 로즈를 상대로 볼카운트 1-3에서 직구를 받아쳐 역전 스리런 홈런을 터뜨려 양키스팬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흥분한 팬들은 “다음 상대는 메츠”라는 구호를 합창했고 덕아웃으로 들어간 저스티스는 팬들의 커튼콜에 그라운드로 다시 나와 답례해야만 했다. 양키스는 7회 저스티스의 3점홈런에 이어 3점을 더 뽑아 승부를 사실상 결정지었다.
매리너스는 8회초 로드리게스의 좌월 솔로홈런 등으로 3점을 추가해 9-7, 2점차까지 따라붙었지만 최고의 소방수 마리아노 리베라의 호투에 밀렸다. 패전위기까지 몰렸던 양키스 선발 에르난데스는 이날 승리로 지난 3년동안 포스트시즌 8승무패의 기록을 유지하게 됐다.
■양키즈 역전스리런 주인공
뉴욕 양키스 부동의 3번타자는 `양키스 전사(戰士)' 폴 오닐이었다. 37세로 노쇠기미를 보이며 부진하자 대를 물려받은 선수가 바로 좌타자 데이비드 저스티스(34).
양키스는 올시즌 위기의식을 느꼈다. 라이벌 보스턴 레드삭스에 지구 1위자리까지 위협받을 정도로 전력이 약화되자 시즌중 호세 칸세코 등 7명을 수혈하는 용단을 내렸고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소속이던 저스티스도 조 토레의 점지를 받아 6월 뉴요커가 됐다.
기대와 달리 저스티스의 공격력은 돋보이지 않았다. 이번 포스트시즌서 10게임에 출장, 39타수 8안타 2할5리, 2홈런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18일 6차전, 3-4로 뒤지던 7회 1사 1, 3루서 그가 때린 역전 3점홈런도 양키스의 전통이 작용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볼카운트 1-2에서 바뀐 투수 아서 로즈가 던진 4구째는 스트라이크를 줘도 무방할만큼 꽉찬 볼이었지만 손은 올라가지 않았다. 로즈로서는 4번 버니 윌리엄스보다 저스티스가 상대하기 편했다.
5구째는 한 가운데로 쏠렸고 이 공은 훌쩍 우측 펜스를 넘어갔다. 로즈는 “볼 카운트가 2-2만 됐어도 내 볼 선택은 달랐다”고 말할 만큼 아쉬운 볼 판정이었다.
8차례나 포스트시즌 멤버로 뛴 베테랑 저스티스는 상대투수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때리는 순간 이미 홈런을 예감했고 저스티스는 이 한방으로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정진황기자
■지하철 시리즈란
뉴욕 양키스의 홈구장이 있는 브롱크스의 양키스타디움과 메츠의 홈구장이 있는 퀸즈의 셰이스타디움은 각각 지하철 4, 7호선으로 연결돼 수천만달러 몸값의 선수들은 아닐지라도 양팀 팬들은 이 지하철을 타고 두 구장을 오가며 경기를 관전하게 된다.
62년 창단, 38년의 역사를 가진 메츠와 1903년 볼티모어에서 뉴욕으로 옮긴 양키스가 월드시리즈 패권을 다투기는 처음이다. 현재 LA로 본거지를 옮긴 다저스가 56년 브루클린 다저스 시절 양키스와 마지막 지하철 월드시리즈를 치렀다.
57년까지 뉴욕에는 양키스와 다저스뿐 아니라 샌프란시스코로 옮긴 자이언츠까지 모두 3개팀이 군웅할거,지하철시리즈는 연례행사처럼 벌어지곤 했다.
1921년 자이언츠와 양키스의 첫 대결을 시작으로 56년까지 35년동안 뉴욕팀간 월드시리즈 쟁탈전은 모두 13차례 벌어졌고 양키스는 10차례 우승반지를 껴 지하철 시리즈에도 강했다.
올드 뉴요커들은 지하철시리즈에 젊은 시절의 꿈이 담겨 있어 오히려 젊은층보다 더 열광적이다. 뉴욕 토박이인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시장도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진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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