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위로하는 말이 때로는 자기 자신을 향한 것일 때가 있다. 영화 `뮤직 오브 하트(Music Of Heart)'는 뉴욕의 빈민가 이스트 할렘 지역의 한 공립학교 바이올린 교사의 실화를 통해 사람과 관계가 완성되어가는 과정을 그렸다.로버타 과스파리(메릴 스트립)는 해군 장교였던 남편이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리는 바람에 아들 둘을 키우면서 혼자 살아가야 하는 처지가 된다. 그가 바이얼린을 다시 든 것은 꿈 때문이 아니라 아이들 양육비를 벌기 위해서이다. 교사경력이 없는 그는 이스트 할렘의 한 공립학교에서 임시 교사 자리를 얻는다.
바이올린이라고는 처음 만져 보는 아이들, 연습을 하지 않았다고 야단을 치자 “할머니가 죽었기 때문” 이라고 천연덕스럽게 얘기하는 아이들 앞에서 연습을 운운하는 것은 그야말로 사치에 불과하다. 우리로 치면 `인간 시대' 쯤에 어울릴만한 휴먼다큐의 소재이다. 이미 미국에서도 다큐로 만들어져 1996년 아카데미 기록영화상 후보에도 올랐었다. “내 인생을 헐리우드에 팔어버리긴 싫다” 는 로버타 과스파리를 설득해 영화로 만든 것은 웨스 크레이븐 감독. 공포영화 `스크림' 시리즈의 그 흥행 감독이다.
영화는 영웅담 대신 과스파리의 인생을 진솔하게 담아낸다. 그는 신경질적이며, 자신의 문제를 감당하지 못~um 는 순간도 많다. 이작 펄만, 아이작 스턴, 아놀드 슈타인하트, 조수아 벨 등 정상급 바이올리니스트들이 그의 바이올린반이 해체되는 것을 막아주는데, 바로 이 예술가들이 실제 영화에 출연해 카네기홀에서 바이올린 페스티벌을 벌인다. 아이들이 연주하는 장면에선 부모들이 감격의 눈물을 연신 흘려댄다.
그러나 인생만큼 기막힌 드라마도 없지만 드라마틱한 인생을 영화로 옮기는 일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우선 주인공인 과스파리 역에 메릴 스트립을 캐스팅한 것은 그리 잘한 선택으로 보이지 않는다. 예기치 못한 인생의 역경에 처해있는, 그러나 여전히 새로운 남자에게로의 희망을 버리지 못한 여교사의 인간적 면모를 보이기에 그는 너무 노숙하다. 차라리 여교장 역의 자네트 리브스나 후원자인 이사벨 역으로 영화에 처음 출연하는 가수 글로리아 에스테판의 연기가 오히려 자연스러워 보인다. 연주장면의 감동이 없었다면, 감동을 강요하는 영화가 될 뻔했다. 21일 개봉.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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