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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기업구조개선 정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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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기업구조개선 정답은 없다

입력
2000.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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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 관한 포럼을 주관한 바 있었다. 모처럼 사계의 전문가와 기업, 시민단체의 대표가 함께 모여 진지한 토론을 가졌다. 그러나 그날의 결론은 지배구조 논의가 이해 당사자간에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수 있는 `뜨거운 감자'라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었다. 그만큼 기업을 보는 시각, 그리고 이상과 현실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실감하는데 그쳐야만 했다. 그러나 이런 논란속에서도 많은 사람들을 공감케했던 설득력있는 목소리들이 있어 이 아침에 정리해보고 싶다.지배구조의 개혁에 적극적인 이들은 회사의 경영권이 소수 지배주주에게 과다하게 집중되어있다고 비난한다. 특히 오너가 경영의 투명성과 책임감, 윤리의식이 없으며 소수 지분으로 사욕을 추구했기 때문에 당연히 지배구조의 개혁이 시급하다고 본다. 그 불신의 벽은 강력한 입법을 통해서만 와해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연고를 중시하고 고용과 노사관계가 경직된 우리 문화에 영미식 지배구조를 획일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그것도 불과 2년 사이에 현실을 무시한 무리한 요구는 오히려 부작용이 더 많다는 항변도 많았다. 이런 양자의 입장이 어떻게 조정될 수 있겠는가.

기업?규모가 커질수록 소유는 분산되고 전문경영체제로 변화하는 경향이 있으나 지배구조에는 보편적인 정답이 없다. 이해관계를 갖고있는 다양한 구성원의 목소리가 어떤 형태로든 반영되어야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실제 형태는 서로 다르게 운용되고 있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주주를 중심으로 하고, 독일이나 유럽은 종업원을 포함한 이해 관계자를 중시하며 일본에서는 채권단의 목소리가 큰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나라마다 서로 다른 문화적 특성을 반영하여 지배구조가 정착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한 영미식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Author:n]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세계화의 흐름을 타고 밀려든 미국 문화의 일편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식 사외이사는 우리와는 크게 다르다. 책임과 보상이 엄청나게 클 뿐 아니라, 대부분 전직 경영인이나 채권단의 대리인들이 거의 전업으로 사외이사직을 맡고있다.

이 제도가 과연 우리 문화에 가장 적합한 것인가.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지만 지난 2년간 지배구조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사외이사의 법적 책임과 보상은 물론 역할과 개념 자체도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게 우리의 현실이다. 견제와 감시기능만 지나치게 강조하여 내부 이사와 적대적 관계를 유지해야 하고 해당 기업의 주식 소유는 비윤리적이며 채권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잘못된 인식만 확산되고있다. 이것은 사외이사의 경영참여라는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다.사외이사 몇 명 들여놓고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 자체가 성급한 일일 수 있다. 또한 지?배구조의 개편을 재벌개혁의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도 목적과 수단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 기업을 둘러싼 제반 여건의 변화없이 어떻게 지배구조만으로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겠는가.

이런 와중에 이번에는 집중투표제와 집단소송및 대표소송제의 도입도 추진되고 있다. 용어조차 생소하고 아직 미국이나 일본에서조차 일반화하지 않은 제도라고 한다. 새 지배구조의 도입도 엊그제인데 소수 대기업이나 적용될 제도를 상법에 획일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매우 후진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오히려 불과 얼마 전에 도입한 사외이사제 하나라도 우리 문화에 맞게 점진적으로 정착시켜 나가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인 것 같다. 행여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이 경재력의 저해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 지 우려된다.

정갑영

연세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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