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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팔 폭력종식' 미·이·팔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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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팔 폭력종식' 미·이·팔 시각

입력
2000.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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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발표된 중동긴급 국제정상회담의 폭력 종식 합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면전 위기를 피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그러나 분쟁 당사자인 이스라엘의 에후드 바라크 총리와 팔레스타인의 야세르 아라파트 자치정부 수반,중재자인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은 합의에 대한 평가와 이해득실, 국내 정치입지가 제각각이어서 이행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게다가 충돌 현장인 거리의 반응도 아직 냉담하다.■미국의 입장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임기내내 중동회담만 8번을 주도한 `중동의 중재자'이다. 이번 긴급 국제 정상회담에서도 폭력종식이라는 합의를 끌어냈지만 그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다. 1993년 오슬로협정은 시한을 넘겼고 이번 합의도 언제 깨질 지 불안하기만 하기 때문이다.

그가 이번 회담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달래며 온갖 노력을 기울여 당장의 급한 불을 끈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불만으로 꿈틀대는 팔레스타인이나 더 많은 것을 얻어내려는 이스라엘 사이에 샌드위치 신세가 된데다 미국내 비판론자들의 움직임도 심상치않다.

헤리티지재단의 제임스 필립스 박사는 레임덕에 시달리는 클린턴의 미온적인 대응이 팔레스타인에 줄 것은 다주고 결국 중동의 평화마저도 깨뜨리는 상황에 오게 했다고 비판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리처드 하스 대외정책책임자도 “미국은 팔레스타인 영토내 폭력을 멈추게 할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테러범들에 보복할 수도 없는 상황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2주일 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대표단을 워싱턴에서 만나는 클린턴에게는 `뜨거운 감자'인 진상조사단 구성을 둘러싼 양자의 요구를 중재해야 하는, 갈수록 어려운 숙제가 남아있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이스라엘 입장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는 17일 만족스런 표정으로 “목표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일전불사의 팔레스타인을 협상테이블에 앉혀 폭력 종식의 단초를 마련한데다 `우방' 미국이 다시 중재에 나섰기 때문이다.

미국의 개입은 이스라엘을 아랍권의 공세로부터 보호하는 안전망의 효과가 있다. 이스라엘은 그동안 응전 논리가 취약한 가운데 아랍권과 사생결단의 싸움을 벌여야 했다. 바라크 총리는 “상황이 악화됐다면 우리는 최악의 선택을 했을 것”이라며 “미국의 개입은 이스라엘에 `결정적(crucial)'인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미국 주도의 진상조사위 구성을 관철했고 팔레스타인으로부터 불법무기 수거, 하마스 재수감 등의 양보를 얻어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이 이행키로 약속한 병력철수, 가자 공항 재개 등은 팔레스타인의 조치에 대응해 실행되는 원상회복 조치에 불과하다.

국내적으로도 “좀더 강경한 입장을 취했어야 했다”고 강경파의 목소리가 들리지만 전반적인 여론은 `최선이었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합의의 진정한 검증은 실행에 달려 있다”는 바라크의 말 처럼 합의가 깨질 돌발변수는 안팎에 산재해 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팔레스타인 입장

팔레스타인의 거의 모든 세력은 이번 합의에 반발하고 있다. 야세르 아라파트 자치정부 수반이 자칫 지도력을 상실할 수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아라파트의 지지기반인 파타운동이 합의를 거부하고 나섰다. 파타운동의 한 지도자는 “협상에 의존해서는 안되며 이스라엘군과 대결을 계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파타운동과 함께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주 구성세력인 팔레스타인해방민주전선(DFLP)과 팔레스타인해방대중전선(PFLP)도 각각 성명을 통해 이번 합의를 실패로 규정했다. PFLP는 “순교자의 피를 팔아먹는 것”이라고 격하게 비난했다.

100명의 희생자를 낸 팔레스타인 주민들도 이전 상태로의 단순 복귀를 의미하는 이번 합의를 미국의 강요에 의한 일방적인 양보로 보고 있다. 따라서 합의안이 발표되는 순간에도 총격전으로 팔레스타인 경찰 등 2명이 숨졌던 것처럼 분쟁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1~22일 아랍 정상회의를 앞두고 아랍 국가들 역시 합의안을 거부하는 등 강경론을 펴고 있다. 고립된 아라파트가 충돌을 묵인하는 방식으로 `강요된 평화'와 `아군내의 고립'을 벗어나려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최기수기자 mounta@hk.co.kr

최기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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