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완성도에 비해 무대긴장도는 아쉬움예술의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서울오페라페스티벌에서 윤이상의 `심청'이 지난해에 이어 다시 공연되고 있다. 주역가수들, 연출(문호근), 오케스트라(코리안심포니)는 작년과 같으나, 지휘는 윤이상 음악의 해석에 능하다는 평을 듣는 외국인 지휘자(프란시스 트라비스)가 초청되어, 80이 가까운 그의 나이를 잊게 하는 열정적 지휘로 오케스트라를 장악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합창은 국립합창단이 맡았는데, 작년의 수원시립합창단보다 긴장도와 신선함에서 다소 차이가 나지만 수준있는 연주를 들려주었다. 올해의 새 시도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원어(독일어) 가사 공연이라고 본다. 작년엔 한국어로 옮겨 불렀다. 그러나 한국 설화를 줄거리로 한국인 작곡가가 쓴 오페라를 한국인 성악가들이 부르는데, 한국인 청중이 내용을 알아듣지 못해 무대보다 자막 보기에 바쁘다는 사실은 아이러니다.
작년에 비해 더욱 다듬어지고 안정된 소리로 한층 성숙된 해석을 보여주는 심청(소프라노 박미자)과 작년에 이어 올해도 많은 박수갈채를 받은 심봉사(바리톤 김동섭)는, 그의 베르디적인 가창 스타일이 가끔 심봉사 캐릭터를 어색하게 한 것만 제외한다면, 완벽히 자기 역을 소화해냈다.
문호근의 연출은 대체로 성공적이지만, 일부 아쉬움도 있다. 원작의 구~? 상 1막에 비해 역동성과 극적인 박진감이 떨어지는 2막은 연출로 보완되어야 하는데, 올해의 연출과 무대는 2막의 극적 취약성을 보완하기에 다소 미흡했다고 여겨진다. 심청의 첫날 공연을 보고난 사람들의 일반적인 평은 “99년도에 비해 음악은 완성도가 높아졌고, 무대는 긴장도가 떨어진다”였다.
윤이상의 음악이 자유롭게 연주되고 그의 일대기가 공영방송의 황금시간대에 방영되기도 했지만, 그의 행적에 대한 정치적 시각의 평가는 아직도 상당히 엇갈린다. 금년 2월 그의 고향 통영에서 열린 성대한 음악제나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2년째 무대에 올려지는 `심청'이 그의 예술가로서의 사면복권을 의미한다면, 이제는 그의 유족들이 오래 전부터 기다리는 사법적 사면복권도 때가 되지 않았을까.
정교철(수원과학대 음악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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