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건부 출자전환' 시사 배경정부는 2단계 기업구조조정의 `핵'인 현대건설의 계열분리를 전제로 한 출자전환 가능성을 줄곧 시사하는 `압박작전'을 구사하며 “현대가 대주주 사재출연 등 확실한 자구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대주주의 경영권 박탈, 그룹과의 결별 등이 불가피하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현대그룹의 모기업인 현대건설에 대한 출자전환은 현대그룹 전체에 대한 `직격탄'이 될 것”이라며 “현대가 그룹의 모태이자 자존심이나 다름없는 건설을 지키려면 충분한 자구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현대가 추가로 내놓은 자구안에 대해서는 아직 보고받은 바 없고, 이것이 충분한 수준인지, 또는 실현 가능한지는 채권단이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라며 “자구계획이 미흡한 수준이라면 곤란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진념 재경부 장관이 4대계열의 경우 계열 분리시 출자전환 가능성을 시사한 것도 출자전환이 단순한 특혜(부채탕감)가 아니며 계열분리와 경영진 교체 등의 고통을 수반하는 `최후의 선택'임을 강조한 것이다.
정부는 그러나 현대건설이 두번 다시 유동성 문제를 겪지 않을 정도로 충분한 자구계획을 내놓지 않을 경우 출자전환 외에 대안이 없다는 입장이어서 현대의 추가적인 자구노력이 현대건설의 운명을 좌우할 전망이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이연수 외환銀부행장 밝혀
현대건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17일 현대건설에 대해 출자전환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외환은행 이연수 부행장은 “현대건설로부터 출자전환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바도 없고, 재정경제부나 금융감독원과 이 문제를 놓고 한 번도 상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부행장은 그러나 “현대건설이 현재 자구계획을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다만 주식시장 침체, 부동산 경기 침체로 자구계획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으며 불가피한 부분을 인정, 재무구조개선 약정 시한을 내년 초로 연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부행장은 현대가 약속한 1조5,000억원 규모의 자구계획 가운데 지금까지 3,500억원 규모를 이행, 진도율이 70%를 밑돌고 있으나 금명간 이라크 건설 미수금 중 1차분 1억2,000만 달러가 들어오고, 이달 내에 현대건설 보유 현대중공업 교환사채(EB) 발행을 통해 1,500억~2,000억원을 조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현대상선 EB발행(1,000억원)과 부동산 매각 등을 통해 연내에 총 1조원의 자구계획을 이행할 수 있을 것 m으로 평가했다.
이 부행장은 “금융권이 최근 현대건설의 만기 회사채나 기업어음(CP)을 재연장해주지 않으면서 악성루머가 증폭되고, 출자전환설까지 등장하는 상황”이라며 “금융권에서 만기 채무만 연장해 준다면 현대건설의 경영상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규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