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보철강 매각무산 조짐을 지난 5월께부터 인지하고도 계약이 파기되기까지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1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미국의 솔로몬 전 하원규칙위원장은 5월16일 이홍구(李洪九) 당시 주미대사에게 “지난 2월말 네이버스사가 컨소시엄의 배타적 지배권을 가지려는 파워플레이를 벌여 1999년 체결된 한보매각 합의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경고하는 서한을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솔로문 전 위원장은 또 “네이버스사가 한국 정부와 주한 미대사관에 도움을 모색, 다른 참여자를 배제시킨 뒤 한보를 인도 최대의 철강회사인 이스파트(Esspat) 스틸사에 팔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리처드 크리스텐슨 주한 미 부대사에게도 설명, 자유시장 교섭에 간여하지 않는다는 대사관의 입장을 확인한 후에도 거듭 매각계약 무산 가능성을 한국정부에 경고해주도록 요청했다.
대사관측은 서한을 받은 다음날 `한보철강 매각'이라는 제목의 보고문서를 외교통상부 등 관련부 m에 발송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는 “솔로몬 전 위원장의 비망록을 담은 보고문건을 전달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컨소시엄내 내분을 다른 경로로 인지하고 있었던 만큼 정보로서의 중요성은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정부와 채권단은 이에 따라 서한과는 무관하게 네이버스측에 수시로 대금조달 등 한보매각 관련사항을 타진했다고 밝혔다. 산자부 관계자는 “네이버스측은 대금조달 가능성에 대해 일관되게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회신해 왔고 국내 채권단으로서는 이행조건을 수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네이버스 컨소시엄은 지난해 8월 한보철강 매각 의향서를 체결하고 올 3월 4억8,000만달러에 본계약을 맺었다가 지난 3일 일방적으로 계약파기를 선언한 바 있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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