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10월12일)으로 조성된 북미관계 진전 무드는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제도적으로 구축하려는 남한에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와는 다른 방향에서 평화체제를 수립하려는 북한을 설득해야 하고, 미국 중국 등 한반도 주변 국가로부터 남측 방안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이끌어내야 하는 등 적지않은 과제가 놓여있기 때문이다.남측은 무력 대치의 당사자인 남북 당국이 1953년의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새로운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미국과 중국이 이를 보장하는 `2+2 방식'의 평화체제가 한반도 평화를 항구적으로 보장한다는 점을 북측에 주지시켜야 한다.
이에 관해 북측의 현 자세는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북측은 북미 공동성명에서 현 정전협정체제를 평화체계로 전환시키기 위해 4자 회담을 적극 활용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측은 경의선 철도 복원 공사와 관련, “정전협정 당사자인 유엔군측이 비무장지대 개방을 남한에 위임한다는 담보각서를 보내줄 것”을 요구한데서 드러나듯 아직까지 `선(先) 북미 평화협정 후(後) 남북 평화협정' 구상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남측으로서는 북미 평화협정 없이도 북측이 그에 준하는 `안정감' 을 느낄 m 있는 방안을 북측에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일부 전문가들을 그 방안의 하나로 북미간 국교정상화 기본조약 체결 시 그 내용에 불가침과 평화에 관한 조항을 삽입하는 방안 등을 제안한다.
항구적인 평화 문제를 다루면서 남측은 주한미군 문제에 대한 슬기로운 해법도 모색해야 한다. 정전체제의 산물인 주한 유엔사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정리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엔사 문제와 주한미군 문제는 분리해 다뤄야 한다는 지적도 경청해야 할 것 같다. 유엔사는 정전체제의 산물이지만 주한미군은 전적으로 한미 양국이 결정할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같이 어려운 과제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우리의 역량을 최대한 가동하는 전천후 외교가 진행돼야 한다. `한반도 문제해결의 주체는 남한'이라는 미국의 인식을 바탕으로 한미 양국의 공조는 4자 회담의 본격 가동을 계기로 더욱 튼튼히 유지돼야 한다.
또 북미관계 정상화 움직임과 발맞춰 속도를 낼 북일 관계를 통해서도 북측이 평화체제에 편입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나가는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 아울러 4자 회담을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중국과의 공감대 확산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한편 북미관계 개선으로 남북관계가 뒤처지지 않도록 단속하는 작업도 단기적으로 시급한 과제다. 서동만(徐東晩)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북미관계 개선이 급진전되더라도 현 남북관계는 6·15 공동선언 이행이라는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하면서, “남북관계의 진전을 가시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북미관계 진전에 따른 국민들의 `소외감'을 해소시키는 기술적 조정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