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의 개선문에서 서북쪽으로 1시간쯤 걷다 보면 파리와는 완전히 다른 `별천지'를 만나게 된다. 30~40층의 고층 빌딩들이 거대한 군집을 이루는 초 현대식 시가지 모습이 나직하고 고풍스러운 파리의 정경과는 180도 다르다. “파리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어리둥절하게 하는 이곳은 사실 행정구역 상 파리가 아니다. 라데팡스라고 하는, 파리 외곽의 신시가지인 것이다.*라데팡스에 가면 마치 미래의 어느 도시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마천루들이 즐비해서 유럽의 `미니 맨해튼' 이라고도 불리지만 그와는 사실 비교가 되지 않는다. 환경친화적인 쾌적한 공간에 업무 위락시설 공원 주거용 아파트 등의 배치가 황금비(黃金比)를 이뤄 도시의 이상향이라 할 만하다. 특히 상업지구에서는 어디를 둘러봐도 차가 전혀 보이지 않아 신기할 정도다. 도로와 주차장 등 도시 인프라 일체가 지하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철두철미한 계획도시로 조성된 라데팡스의 완성에는 30여년이 걸렸다. 1950년대 드골 대통령 시절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가 입안돼 첫 삽질이 시작된 이래 4명의 대통령을 거쳐 1989년 초대형 조형물 `그랑다쉬'가 완공됨으[]N~? 써 비로소 대역사가 마감된 것이다. 1931년 이미 라데팡스개발설계 공모전이 열렸던 사실을 감안하면 이 도시를 구상하고 건설하는데 반세기가 걸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지 200여만평에 주민이 고작 4만명에 불과한 신도시 하나를 건설하는데 수십년이 걸린 점도 놀랍다. 그러나 더 경이적인 것은 이 도시의 기능성이다. 야간 주거인구가 4만명이지만 낮에 상주인구는 그 세 배에 달한다. 프랑스 정부가 다른 어떤 시설보다도 먼저 첨단 산업기술센터(CNIT)를 이곳에 세웠을 때(1958년) 라데팡스는 이미 베드타운과는 거리가 먼 자족도시로 태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정부가 또 신도시 건설 타령이다. 급조가 아닌 백년대계로 추진한다면야 누군들 반대하겠는가.
송태권 논설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