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냐, 평화냐.”16일 시작된 중동사태 해결을 위한 국제 회담에서 분쟁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은 미국과 이집트의 설득에도 불구, 수 십 년간 쌓여온 적대감과 함께 상호 불신 등으로 서로 팽팽한 주장을 굽히지 않아 협상 타결에 난항을 겪었다.
회담 쟁점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는 ▦폭력중단 ▦진상조사 ▦재발방지 ▦대화재개로 요약된다.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네가지 사항은 양측이 내거는 선결조건에서 첨예하게 엇갈린다.
먼저 팔레스타인은 지난 파리회담 때부터 일관되게 진상조사와 재발방지를 먼저 약속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즉 지난달 28일 발생한 폭력사태를 조사하기 위해 유엔 등이 중심이 된 국제진상위원회를 구성하기를 바라고 있다.
또 아라파트 수반은 구체적인 재발방지대책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향해 탱크와 헬기를 사용할 수 없으며 이스라엘 병사들은 시위대의 발포가 있는 경우에만 응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국제조사위원회 구성에 대해 펄쩍 뛰고 있다. 이는 바라크 총리가 아리엘 샤론 당수의 리쿠드당과 거국내각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샤론을 조사하는 게 뻔할 국제위원회 구성에 합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스라엘측은 팔레스타인이 4 m격을 중단하고 폭력사태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를 마련하라며 아라파트를 압박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현재 아라파트가 충돌을 멈추게 할 수 있는 결정적인 열쇠를 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관, 나아가 조장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와 함께 팔레스타인 당국은 최근 석방한 과격단체 하마스 및 이슬람 지하드의 조직원들을 체포하고 나블루스의 `요셉의 무덤'등 유대교 성지를 보호하겠다는 합의를 이행할 것을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이에 대해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은 “왜 이번 사태가 시작됐고 어떻게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지와 관련된 `사실규명장치'에 합의할 것”을 제안하는 등 집요하게 당사자들로 하여금 양보할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양측은 고개를 내젓고 있다.
이-팔 현지분위기와 변수 양국정상이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아있는 동안에도 현지분위기는 냉담하며 오히려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회담 하루전날 과격 이슬람 단체인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예비역 장교를 납치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요르단과의 국경에서는 총격전이 벌어지면서 팽팽한 긴장감이 돌고 있다.
바라크 총리는 15일 “안보문제와 관련이 없는 민간 경제인을 납치하는 행위는 군사 행동이라기 보다 범죄 행위라고 생각하며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보복조치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미국을 제외한 전세계로부터 외면 당하고 있는 이스라엘이나 끝까지 버티다 전쟁을 해도 패할 게 뻔한 팔레스타인의 입장을 볼 때 희망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전쟁을 피하려고 하는 각국 정상들이 펼치는 압력과 설득이 분쟁 당사국들의 버티기를 어느 시점에서 끝낼 수 있는지가 주목된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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