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양회에 대한 조건부 출자전환 방침에 이어 15일 정부와 채권단이 현대건설에 대한 출자전환을 신중히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부실판정 대상 `빅3'인 현대건설-동아건설-쌍용양회의 처리방안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여전히 채권은행 간에 이견이 심한데다 출자전환에 따른 특혜시비도 예상돼 정부와 채권단의 고민을 더하고 있다.
현대건설 정부 고위관계자는 “현대건설은 이번 기회에 재무상 문제가 없도록 처리돼야 한다”며 “현대그룹 일가의 지원 등을 최대한 유도하되 여의치 않을 경우에 대비해 출자전환도 신중하게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6월말 기준 부채 5조4,000억원을 3조5,000억원 수준으로 낮춰야 경영정상화가 가능한 상태다.
이를 위해 9월말까지 보유지분인 현대상선과 현대중공업 주식, 부동산 등을 매각해 5,3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었으나 증시 침체로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 정부와 채권단은 자구노력을 전제로 일부 출자전환하는 방안을 고려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채권단 내부의 반대도 만만찮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현대건설을 죽일 수 있겠느냐”며 회생 의지를 밝히고 있으나, 일부 은행은 최근 만기가 돌아온 기업어음(CP)을 연장해줄 수 없다고 버티다 외환은행의 `반강요'에 못이겨 일부만 회수하거나 전액 연장했다.
정부 역시 4대 계열에 속하는 현대건설에 `부채탕감'과 다름없는 출자전환을 해준다는 게 부담스러운 표정이다. 채권단의 출자전환시 감자(減資), 대주주의 경영권 박탈 등을 요구할 전망이어서 현대건설도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다.
동아건설 채권단은 이달 들어 2차례에 걸쳐 신규자금 지원 및 출자전환 논의를 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현재 동아건설은 3,460억원의 신규자금과 부채 3조5,700억원 중 1조8,000억원의 출자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98년 부도유예협약 이후 지금까지 1조원의 자금을 쏟아부은 채권단은 동아건설을 어떻게든 살려야한다는 입장이나 일부 채권은행은 올 상반기 6,180억원이라는 엄청난 적자에서 보듯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니냐며 추가 지원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쌍용양회 일본 태평양시멘트로부터 3억5,000만달러의 외자 유치를 조건으로 채권단이 3,000억원의 출자전환을 한다는 것이 주채권은행인 조흥은행의 내부 방침이다.
주채권은행을 제외한 다른 채권단은 그러나 외자 유치가 확실하게 보장돼야만 출자전환에 동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외자 유치의 성사 여부에 의해 운명이 좌우될 전망이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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