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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축제문화 '놀자판'이 주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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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축제문화 '놀자판'이 주류로?

입력
2000.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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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루가스와 민중가요 대신 스타크래프트와 힙합, DDR이 대학가 축제의 `주류문화'로 자리잡았다.지난 10일 `대동제'가 한창인 서울대 학생회관 근처. `의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집회에 참여한 학생은 10여명에 남짓. 반면 바로 옆 `펌프 경연대회'에는 학생 300여명이 모여 환호성을 올리고 있었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올 가을 축제 모토를 `골라 노는 재미가 있자'로 정했다. 이번 대동제는 가수들의 개막식 축하공연으로 시작해 10여개 대학팀이 참가한 `힙합 페스티벌'로 막을 내렸다. 홍익대, 국민대, 중앙대 등에서도 김장훈, 자우림, 이현우 등 인기가수의 개·폐막식 축하공연이 있었다. 성신여대, 성균관대, 서울대 축제에는 심지어 경찰까지 정복을 입고 당당히 `초청인사'로 참가해 `바위처럼' 등 민중가요를 부르기도 했다.

학생운동의 상징이었던 서울대 아크로폴리스 광장은 거리농구장으로 변했고 최루가스로 뒤덮였던 중앙대 교문 앞 Y로는 `힙합의 거리'로 탈바꿈했다. 명지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학우들은 재미없는 대동제에는 고개를 돌린다”면서 “자기만의 공간에 몰입하는 사이버 세대에게는 함께 모이는 것만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런 양상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대동의 의미보다는 재미에 치중하는 놀자판이 돼버렸다”(서울대 국문과 2년 A군)는 비판이 있는가 하면 “이제야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는 축제다운 축제로 바뀌었다”(중앙대 경영학과 4년 B양)는 옹호론도 많다.

그러나 아직 대학가 대동제에서 사회적 문제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다. 다만 이런 쪽의 행사에는 참여학생이 매우 적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최근 남북 화해무드를 반영하는 각종 행사들. `남북 이산대학'임을 내세우는 숭실대는 경의선 철로 복원행사를 가졌고, 동국대는 임진각에서 대동제 개막식을 치렀다. 상명대와 국민대는 실향민이 참여하는 `통일마라톤대회'를 개최했고 홍익대는 북한요리 경연대회를 열었다.

성균관대와 서울대에서는 20일 개막하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가 신자유주의를 고착시키고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가중시킨다고 반대하는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성 문제 등 금기시돼온 영역을 공론화시키거나(한성대, 성신여대 등) 국가보안법에 대한 문제제기(서울대), 종군위안부 출신 할머니와 함께 하는 모의법정(경희대)도 있었다. 그린벨트 해제와 난개발 문제, 환경친화적 물품 사용 등 환경에 대한 다양한 관심도 엿보였다. 홍익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고통받고 소외된 이웃과 사회적 모순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행사들이 재미가 없다는 이유로 주목 받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축제 문화의 변화에 대해 연세대 조한혜정(사회학) 교수는 “다양한 놀이문화를 즐기려는 모습 자체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며 “하지만 자신만의 세계에 몰입하다 보니 사회문제에 대해서는 필요~큼의 진지함조차 잃어가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서울대 송호근(宋虎根?사회학) 교수는 “학생들의 새로운 문화적 체험을 일방적 시각으로 재단해서는 안된다”면서도 “다만 대학생 스스로 사회적 인식의 폭을 확장시키려는 노력을 계속할 때 자신들의 문화도 진지함과 창조성을 지닌 문화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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