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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노벨 평화상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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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노벨 평화상의 역설

입력
2000.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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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전 미국 하버드대에서 ‘역설 노벨상’시상식이 열렸다. 올해 평화상은 영국 해군에 돌아갔다. 함포와 해안포 훈련때 실탄을 쏘지 않고 마이크로폰으로 ‘꽝’ 소리만 내, 소음피해와 어로금지 해역을 없앤 공적이 인정됐다. 여기에 담긴 역설은 어민들의 평화에 기여한 무탄(無彈)사격훈련도 여전히 전쟁을 위한 것이라는데 있다. 해군도 실탄사격대신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 전투능력은 오히려 향상됐다고 평가한다.■몇년전 이 상을 받은 학자의 업적은 ‘사형방법과 고통연구’ 였다. 고통을 아무리 줄여도, 사형은 비인도적이다. 이같은 역설은 진짜 노벨 평화상에도 있다. 평화상은 흔히 평화와 민주주의가 정착되지 않은 지역의 상징적 인물에 수여된다. 평화와 민주화를 격려·조장하는 취지다. 그러나 이때문에 뒷날 수상 명분이 빛바래거나, 그릇된 처신이 지탄받은 수상자들도 있다. 그래서 정치상황에 영향받은 선정자체가 성급했다는 반성이 뒤따른다.

■73년 파리평화협정으로 수상한 키신저 미 국무장관과 레 둑 토 월맹 협상대표가 대표적이다. 평화협정은 이내 휴지가 됐고, 처절한 사이공 함락으로 끝났다. 78년 사다트 이집트대통령과 함께 상을 받은 베긴 이스라엘총리는 다른 아랍국과 적대를 계속했다. 94년에도 라빈 이스라엘총리와 페레스 외상, 아라파트 PLO의장이 공동수상했지만 중동평화는 여전히 멀다. 83년 수상한 폴란드의 바웬사는 집권후 권위적 행태로 비난받았고, 최근 대선에 다시 도전했다가 0.8% 득표에 그쳐 웃음거리가 됐다.

■역대 수상자중 돋보이는 인물은 역시 브란트와 만델라다. 선구적 동방정책을 편 브란트는 퇴진후 통일의 정신적 지주역할에 충실, 안팎의 존경을 지닌채 영면했다. 만델라는 지난(至難)한 흑백간 화해와 국민통합의 위업을 이룬뒤 자진 은퇴, 새삼 칭송받았다. 영국 가디언지는 김대중 대통령의 수상을 ‘취약한 평화과정을 격려하기 위한 상징’으로 보았다. 지난 업적에 대한 온갖 상찬(賞讚)보다, 앞을 보는 냉정한 평가가 한층 값질 수 있다.

강병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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