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거시지표 등을 감안할 때 한국 경제가 제2 IMF체제를 맞이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그런데도 위기론이 제기되는 까닭은 무엇인가요.”지난 9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상의회관에서 열린 한국경제 설명회.
한국에 대한 투자를 추진중인 프랑스의 한 기업인은 한국대표단장인 신국환 산업자원부장관에게 “우리나라가 고유가 구조조정 지연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성장률, 무역흑자, 1,000억달러에 육박하는 외환보유고등을 볼 때 또다시 경제위기를 맞는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한국에서 최근 제2의 경제위기론이 고조되는 것에 대해 의아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12일 프랑스에서 열린 한국경제설명회에서도 유럽 경제인들은 한국경제에 대해 기본적으로 신뢰감을 표시했다.
당초 이 행사는 대우차 한보철강 매각 차질과 구조조정 지연 등으로 제2의 경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해외 경제인들에게 한국 경제의 건실함과 금융 기업 공공 노사 등 4대부문 개혁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홍보하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행사에 참석한 외국 기업인과 투자자 등은 우리 경제의 어려움은 이해하지만 위기론까지 제기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아 한국대표단을 안심시켰다.
1998년 한화기계 지분 71%를 인수, 전주와 경남 창원에서 베어링공장을 운영중인 FAG그룹 금융 수석매니저 게어하르트 포겔씨는 “동아시아 수출 전진기지로서 한국의 기업환경이 풍부한 고급인력 등 당초 기대보다 훨씬 좋다” 고 투자 성공담을 밝히기도 했다.
물론 한국경제에 대해 칭찬만 한 것은 아니다. 현재 추진중인 4대부분 개혁이 지금처럼 부진할 경우 외국인들의 투자가 줄어들 것이라는 비판도 쏟아져 나왔다.
독일 비즈니스 컨설팅사 관계자는 “재벌 및 금융개혁은 여전히 미흡하고, 노동시장의 유연성도 요원하다”면서 “공기업개혁 등 공공부문은 손도 못대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다른 독일기업인도 “과연 한국정부가 약속처럼 모든 개혁을 내년 초까지 마무리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며 “그동안의 개혁 성과는 인정하지만 개혁은 마무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두 차례에 걸친 유럽기업인들과 한국 대표단과의 질의·응답은 행사의 당초 취지와는 달리 투자설명회를 방불케 했다. 독일의 한 기업인은 북한 인력의 활용 가능성을 타진했고, 상당수 기업인은 환경사업과 공기업 투자가이드 등 상세한 정보를 요구했다.
신 장관은 “외국투자가들은 한국경제가 당면한 어려움에 불구, 여전히 한국은 투자할 만한 나라라는 생각을 갖고 있음을 실감했다”면서 “한국 경제가 허약하지 않다는 설명회는 해외가 아니라 오히려 국내에서 가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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