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 에스트라다 필리핀 대통령이 뇌물 스캔들로 거센 사임압력을 받으며 최대의 위기에 몰렸다.이번 스캔들은 9일 에스트라다의 친구였던 주지사 루이스 싱손이 불법 복권사업자로부터 그동안 총 4억 페소(약 830만 달러)의 뇌물을 받아 대통령과 친척 및 친구들에게 전달했다고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대해 야당은 즉각 탄핵안을 제기하겠다고 나섰고, 국민들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퇴진 운동을 펼치는 등 사임 압력은 나날이 거세지고 있다. 전 국민의 80%가 가톨릭 교도인 필리핀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지닌 가톨릭 교회 수장인 하이메 신 추기경과 민주화의 상징인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도 그의 사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에스트라다 대통령은 14일 국민을 달래기 위해 그동안 정부가 운영해오던 온라인 게임 등을 폐지하고 국영 카지노도 민영화하는 등 일련의 개혁 정책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그는 “도박 문화를 바꿀 수 있다는 내 생각이 잘못됐으며 친구도 잘못 사귀었다”며 이번 일이 합법 도박업자와 불법 도박업자간의 갈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평소 친한 사업가들을 보호하기 위해 무리수를 많이 둬 비난받아온 에스트라다는 최근 페소화의 기록적인 폭락 등 경제 위기로 이미 국정운영 능력을 의심받으며 신뢰를 잃었다. 영화배우 출신인 그는 돌아선 민심을 다시 모으기 위해 최근 홀로 섬에서 장기간 인질극을 펼치고 있는 아부 사야프 회교반군들을 “때려 부수겠다”며 4주간의 작전을 펼쳤으나 실패했다. 이번 스캔들 직후인 12일 글로리아 아로요 부통령이 겸직하고 있던 사회복지장관을 사퇴하고 스캔들 관련 인물들이 혐의를 인정함으로써 에스트라다로서는 빠져나갈 구멍이 거의 없는 형편이다. 이로인해 에스트라다는 20일 서울에서 열릴 아시아ㆍ유럽회의(ASEM) 정상회담에도 불참할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인 라카스-NUCD 당수 테오피스토 구인고나는 15일 “이번 일은 필리핀의 워터게이트 사건 ”이라며 다음주 국회에 탄핵안을 상정해 에스트라다를 반드시 퇴진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필리핀 시민단체들은 휴대전화의 문자 메시지와 인터넷 게시판 등을 통해 에스트라다의 사퇴 주장을 쏟아냈으며 교회와 학생, 노동자 단체들은 다음주부터 `사임, 탄핵, 에스트라다 몰아내기'의 머리글자를 딴 `RIO 캠페인'을 벌일 방침이다. /y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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