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학생은 저 혼자라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지금은 너무 행복해요.”숙명여대에 개교 이래 최초로 남학생이 들어왔다. 핀란드에서 숙대 언론정보학부 정보방송학 전공 교환학생으로 날아온 안티 니멜라(23)씨가 바로 그 주인공. 그는 1998년 숙명여대와 자매결연을 맺은 핀란드 탐페레대학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하다 올해 숙대 입학을 희망, 지난 8월말 입국해 가을학기부터 이 숙대생과 함께 강의를 듣고 있다.
니멜라씨는 한국사정을 잘 모르는 탐페레대 직원이 숙대를 남녀공학으로 `얼렁뚱땅' 소개하는 바람에 한국과 인연을 맺게됐다고 한다. 교환학생 신청을 했다 한국으로 오기 2주일전에 숙대에서 “여자대학인데 왜 이곳으로 올려고 하십니까?”라는 e메일을 받고는 본인을 물론 온 가족이 한때 충격을 받았단다.
”부모와 형제들은 가지 말라며 붙잡았지만 이미 수속을 다 끝내고 비행기표까지 사놓은 상태여서 “이왕 이렇게 된 것 여대에 한번 다녀보자!”라는 마음으로 한국행 비행기에 올라탔어요.”
하지만 지금은 대만족이다. 학교측은 첫 `이방인'을 위해 학내에 숙소를 특별히 마련해 줬고, 대외교류협력팀 직원 한명은 아예 개인통역관처럼 니멜라씨를 따라 다니며 한국생활 안내해 준다.
“아시아 정치학을 부전공해 한국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니멜라씨는 아직 한국어가 서툴러 영어로 진행하는 강의 2개와 방송사 현장실습에 참여하고 있다. 남자지만 한국요리에 관심이 많아 식품영양학과 실습과정도 수강한다.
“처음에는 놀라 눈으로 쳐다보던 여학생들도 서로 밥을 사주겠다고 해서 공짜밥을 먹는 경우가 많아요. 하루빨리 한국어를 배워 친구들을 많이 사귀고 여행도 맘껏 하고 싶습니다.”
“”사실 동양인들은 유럽에서 좋은 평을 못 듣는데 이곳에 와 보니 너무 친절하다”는 니멜라씨는 “고국에 돌아가 한국의 여자대학에서 공부를 했다고 하면, 앞으로 저를 보는 사람들도 '이놈은 어떤 환경에서도 잘 살 것'이라고 인정해 주지 않을까요?”라며 색다른 경험을 맘껏 즐기고 있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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