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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비공식 규칙'들의 불편한 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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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비공식 규칙'들의 불편한 간섭

입력
2000.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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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한국에 처음 도착했을 때 나는 사람들로부터 한국이 얼마나 민주화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곤 했다. 나는 그럴 때마다 절차적 민주주의는 이제 한국에는 뿌리를 내린 것 같다고 대답했고, 실제로 1997년 대통령 선거에서 처음으로 평화롭게 여야간의 정권교체가 이뤄지면서 명확해졌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에서 4년째를 보내고 있는 지금 과연 한국이 일상생활에서도 정치적 절차만큼 민주화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질 때가 있다.몇주전 주말, 난 햇살 아래서의 산책과 독서를 즐기기 위해 친구와 서울의 한 공원을 찾았다. 공원 주위를 기분좋게 산책하면서 우리는 앉을 만한 그늘을 찾아 다녔다. 공원의 한쪽에서는 가족들이 둘러앉아 피크닉을 즐기고 있었지만 우리는 좀 더 조용한 곳에 앉고 싶었다.

한국에서는 잔디가 자라기 힘들고 그래서 앉는 것이 금지돼 있는 곳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일부러 잔디가 많고 잔디 보호 표시가 없는 곳을 찾아다니다가 마침내 수풀 뒤에 가린 잔디밭 그늘을 발견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앉아서 책을 펴자마자 아저씨들이 호루라기를 불면서 잔디에서 나오라고 소리를 지르는 것 아닌가. 잘못한 것이 없기에 무시하려고 했지만 몇 분 뒤 그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와서 우리에게 막무가내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우리는 다른 곳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다 잔디에 앉아있는데 잔디보호 표시도 돼 있지 않은 여기서는 왜 앉아 있을 수 없느냐고 따졌지만 아저씨들은 무작정 나가라고 소리만 지르는 것이었다.

이 일을 겪으며 나는 한국에서 사람들이 지켜야 하는 비공식 규칙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령 잔디에 앉는 것, 7, 8월에만 해수욕을 할 수 있는 것, 비빔밥을 비비거나 먹을 때 젓가락이 아닌 숟가락으로 먹어야 하는 것 등등이 내가 지적당한 사항들이다.

내 생각에 민주주의란 사람들이 다른 사람과 그 소유물을 해치지 않는 한도에서 마음대로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 어디서나 성공적인 민주사회는 구성원들의 다양성과 의견차이에 대한 관용을 베풀면서 생겨났다. 한국의 관리들이 권한을 발휘할 때 이런 점을 한번 더 곰곰 생각을 해보았으면 한다.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면 그들 나름대로 즐길 수 있도록 해 줘야 하는 게 아닐까.

제프 맥칼리스터

주한 뉴질랜드 대사관 2등 서기관·뉴질랜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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