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6시. 전세계 언론이 `올해의 노벨평화상 수상자는 김대중 대통령'이라고 보도하는 순간 청와대는 환성과 박수로 뒤덮였다. 발표 전까지 `노 코멘트'만 되풀이하던 청와대 관계자들은 “새로운 역사가 쓰여지는 순간”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김 대통령은 박준영(朴晙瑩) 대변인을 통해 “오늘의 영광을 국민 모두에게 돌리고자 한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김 대통령도 관저에서 수상소식을 전하는 생방송을 보았다. 김 대통령은 함께 방송을 보던 이희호(李姬鎬) 여사의 축하를 받고 담담하게 웃으며 이 여사의 손을 꼭 쥐었다. 김 대통령은 “다시 없는 영광이며 오직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곧바로 걸려온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축하전화를 받은 뒤 박 대변인에게 소감을 구술했다.
이어 김 대통령은 관저로 올라온 이한동(李漢東) 총리, 한광옥(韓光玉)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들의 축하 인사와 꽃다발을 받았다.
이 와중에도 김 대통령은 최규학(崔圭鶴) 복지노동수석에게 의정 협상결과를, 이기호(李起浩) 경제수석에게 고유가 등 외부악재에 대한 대처상황과 주가 추이를 물었다. 노벨상 수상에 들뜨지 말고 현안을 챙기라는 지시였다.
김 대통령은 수석들이 본관으로 돌아간 후 이 여사와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밤 9시30분 관행대로 노르웨이 국영TV와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저녁에는 큰 아들인 김홍일(金弘一) 의원, 둘째 아들인 홍업(弘業)씨, 미국에 유학중인 홍걸(弘傑)씨의 축하전화를 받았다
박준영 대변인은 “김 대통령은 수상 발표를 들으면서 민주주의와 인권, 남북화해를 위해 걸어온 길과 고난들을 생각하며 상념에 잠겼다”면서 “아울러 민족에 대한 사명감,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한광옥 실장은 “김 대통령이 100년만의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새천년의 첫 수상자가 된 것을 한없이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민주화와 인권, 한반도 평화를 위해 일생을 헌신해온 김 대통령의 영광임은 물론 우리 국민과 나라, 민족에게 내린 축복”이라고 기뻐했다.
남궁진(南宮鎭) 정무수석은 “87년 초 동교동 지붕 위에서 김옥두(金玉斗) 의원과 함께 김 대통령의 연금 해제, 민주주의를 외치던 때가 생각난다”며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다른 수석들도 “노벨상은 더 나은 국정, 더 나은 나라, 더 화합하는 민족을 만들라는 격려”라고 말했다.
청와대에는 시민들의 축하전화가 쇄도했고 홈페이지는 폭주하는 축하접속으로 서버에 이상이 생기기까지 했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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