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부분보장제 시행방안을 놓고 개혁의 명분 유지와 현실적 시장안정 사이에서 고심을 거듭하던 정부가 결국 개혁쪽으로 `베팅'을 했다.`시기는 강행(2001년 1월1일), 한도는 대폭 상향(2,000만원→5,000만원)'이란 절충안을 택함으로써 모양새는 강행론자들과 연기론자들의 주장을 모두 수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논쟁의 초점이 한도보다는 시행시기 문제에 맞춰져 있었던 만큼 정부는 사실상 강행론쪽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이번 결정으로 정부는 개혁스케줄을 지키는 대신 시장불안이 큰 상황에서 예금부분보장제를 연착륙시켜야 하는 또하나의 힘겨운 과제를 떠안게 됐다.
얼마나 보호되나 보호한도를 5,000만원으로 정할 경우 6월말 기준으로 은행권에선 예금자의 99.3% ▦종금 58.6% ▦상호신용금고 97.1% ▦신협 99.6%가 금융기관 파산시에도 최소한 원금은 건질 수 있게 된다.
문제는 금액이다. 전체 은행예금에서 보호대상인 5,000만원 이하 예금은 36%밖에 되지 않는다. 64%는 예금보호 울타리 밖에 놓여있는 셈이다.
금고는 50.2%, 종금사는 무려 94.2%가 보호대상에서 제외된다. 결국 보호받는 사람수는 많아도, 보호받는 돈은 전체 예금의 절반이 훨씬 넘는 셈이다. 바로 이 막대한 자금이 예금부분보장제 시행을 계기로 일제히 움직일 것인가 여부가 예금부분보장제 안착을 좌우하게 되는 것이다.
거액예금 보호장치 거액예금의 상당수는 기업들이 보유한 법인예금인 만큼 이의 급격한 이동을 막기 위해 일부 요구불예금에 대해선 예외를 인정, 원금을 전액보호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재경부 당국자는 “순수결제 목적으로 기업들이 이용하는 당좌예금, 별단예금 같은 무이자 요구불예금은 금융기관 파산시 지급이 정지될 경우 경제 전체에 큰 타격을 주는 만큼 원금을 전액 보호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라고 말했다.
`재테크' 목적의 예금이라면 `수익=위험'원칙에 따라 예금부분보장의 틀에 편입시켜야겠지만, 이들 예금은 이자없이 자기현금을 금융기관에 맡겨놓은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원금만큼은 모두 보호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도 2001년 4월 예금부분보장제를 도입하더라도 요구불예금에 한해 1년간 추가로 원리금을 모두 보호해주기로 한 바 있다.
자금 대이동 벌어질까 재경부 당국자는 “이미 움직일 돈은 다 움직였다. 한도를 높였고, 정부가 `은행 퇴출은 없다'고 약속한 이상 뱅크런(bank-run:대량예금인출사태)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민간쪽 시각은 다르다. 불안감은 한도의 문제가 아닌 예금부분보장제 자체에 있는 만큼 큰손부터 시작해 `코묻은 돈'까지 연쇄적 자금이동은 불가피하고, 특히 은행쪽은 문제가 없더라도 상호신용금고 신용협동조합 등 외곽 분위기는 매우 심상치 않다는 지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한도를 5,000만원으로 높여도 약 6?4조원의 자금이동이 벌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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