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어(大魚)는 모두 살아 남고 피라미만 퇴출된다?'회생 불가능 기업들에 대한 대수술이 시작되면서 `칼자루'를 쥔 은행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자율판정이라는 명목 아래 정부로부터 일체의 권한을 넘겨받았지만 이래저래 눈치보고 신경써야 할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차(車) 떼고 포(包) 떼다 보면 결국은 조그만 기업 몇곳만 퇴출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벌써부터 은행가에 설득력있게 나돌고 있다.
`빅3+알파'가 관건이다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잠정 선정한 심사대상 기업은 무려 400~500개에 달한다. 하지만 이중 여신규모 500억원 이하의 기업이 50~60%를 차지, 금융감독원이 이들 기업을 배제토록 지시함에 따라 심사대상은 당초 예상대로 150~200개로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들중 퇴출 여부가 실제로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업은 H사, D사, S사 등 이른바 `빅3'라 또 다른 H사, 또 다른 D사, K사 등 10개 안팎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들 `빅3+알파'의 말처럼 처리가 쉽지않다는 데 있다. 형평성있는 기준을 적용하면 퇴출쪽으로 가닥을 잡아야 하지만 이 경우 국가경제에 미칠 엄청난 파장이 부담스럽다.
또 회생시킬 경우 신규자금지원 등 사후관리는 더욱 난감한 일이다. 채권단은 빅3에 대해서는 ▦자구노력을 전제로 한 자금지원 ▦부채의 출자전환 등을 고려하고 있으나 아직 결론은 내리지 못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업종별로 볼 때 건설업이 문제”라며 “그러나 대림산업 등 일찍이 구조조정을 마친 일부 건설업체들은 심사대상에서 빠져 있다”고 말했다.
2차 금융 구조조정을 앞두고 은행마다 `몸 사리기'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 한 은행 여신담당 임원은 “그동안 정상기업으로 분류해 여신 지원을 해왔던 기업을 하루 아침에 퇴출시킨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결국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기업 등 일부 기업만 퇴출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은행간 혼선도 극심 은행별 이해득실이 달라 퇴출대상 판정과정에서 큰 혼선과 갈등이 빚어질 조짐이다.
워크아웃, 법정관리 등 제도적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기업의 경우 구조조정협약이나 법원의 판단에 의해 의사결정이 가능하지만 일반 기업의 경우 채권단 내부의 이견 조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쌓아놓은 우량은행과 그렇지 못한 비우량은행간 견해 차이도 심각하다.
정부는 “주채권은행 중심으로 채권단협의회를 구성해 신속히 처리토록 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자금지원, 출자전환, 퇴출 등의 갈림길에 서면 은행간 마찰이 불가피하다.
더구나 일부 부실판정 대상 기업의 경우 투신, 종금 등 제2금융권 여신 비중이 절반을 넘는 경우도 있어 2금융권의 반발도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그동안 기업금융 비중이 낮았던 우량은행이나 지방은행의 경우 업종별 전망 등을 어떻게 계량화해야 할 지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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