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의 2차 TV토론은 공화당의 조지 W.부시 텍사스주지사의 승리로 끝났다.11일 하오 9시(한국시각 12일 오전 10시) 미국 노스 캐롤라이나주 윈스턴 세일럼의 웨이크 포레스트 대학에서 열린 대선후보 2차 토론회에서 부시 주지사와 민주당의 앨 고어 부통령은 열띤 논쟁을 벌였으나, 토론회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부시 후보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CBS가 토론직후 전국 66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고어(47%)보다 부시(48%)가 잘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CNN과 유에스에이 투데이 및 갤럽이 공동 실시한 조사결과는 부시가 49%, 고어가 36%의 지지율을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사회자 짐 레러와 함께 탁자에 둘러앉아 토크쇼 형식으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두 후보는 처음엔 정중한 자세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다 점차 국내문제로 옮겨가면서 서로 말꼬리를 가로채는 등 숨막히는 입씨름을 벌였다.
이날 토론은 인신공격성 발언이 줄고 국제문제를 비롯, 총기정책, 세금, 환경, 혐오범죄 입법문제 등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솔직하게 피력했다.
특히 부시 후보는 1차 토론에 비해 시종일관 여유있는 자세로 조크를 섞어가며 `토론박사' 고어 후보의 날카로운 공격을 막아냈다.
첫 공격도 부시가 시작했다. 그는 “미국이 온 세계의 일에 간여해~? 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소말리아에서의 미국개입도 실패로 돌아갔다”고 민주당의 개입정책을 몰아부쳤다.
이에 대해 고어는 “미국은 이제 자연스럽게 세계의 지도자가 됐고 다른 나라들이 우리를 쳐다보고 있다”면서 “그러나 모든 곳에 간여할 수도 없고 간여해서도 안되며, 그렇다고 뒤로 물러나 있어야 된다는 말은 아니다”라고 맞받아쳤다.
하지만 최근 중동사태 등 구체적 주요 외교정책에서는 같은 목소리를 냈다. 부시가 1999년 빌 클린턴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베오그라드 공습을 결정한 것과 중동사태의 외교적 해결노력을 칭찬하자 고어는 “우리와의 유대가 확대되는 이스라엘의 안전이 절대적으로 확보돼야 한다 ”며 맞장구를 쳤다.
국내문제에서는 한 치의 양보없는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고어가 혐오범죄처벌을 위한 입법 필요성을 제기하자 부시는 “이미 그런 법이 있는데 새로운 입법을 할 필요가 없다”며 반대했다.
총기문제에 대해서도 고어는 “문제는 어린이와 범죄인들 손에 너무 많은 총이 있다는 것”이라며 무기구입에 대한 엄격한 제한을 둘 것을 요구했으나 부시는 “총기문제는 현행법을 제대로 시행하지 않는 데서 출발한다”며 일축했다.
이날 토론은 사회자 레러가 질문을 던지고 각 후보가 2분간 대답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레러는 한 주제에 대한 토론을 지속시키기도 하고 다른 주제로 넘어가기도 하면서 각자의 입장을 뚜렷이 밝히도록 유도했다.
부시측의 카렌 휴즈 대변인은 대선토론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이런 포맷에 대해 “우리가 원하던 바이고 그 결과도 매우 성공적이었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3차 토론회는 17일 미주리주 세인트 루이스의 워싱턴 대학에서 청중들도 참여하는 공청회 형식으로 열린다.
최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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