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의 일이다. 밤 8시30분, 테크노마트 지하의 대형할인점 마그넷에서 나오던 한 주부의 얼굴에 불만이 가득했다. “도대체 견딜 수 있어야지요. 마구 손님을 내쫓고 있어요.” 자세히 들어보니 매장 안에서 확성기로 호객하는 소리가 시끄러워 견딜 수 없었다는 말이다. “손님을 쫓는 것이 아니라면 그처럼 악을 쓰듯 호객하지는 않을 거예요.” 매장 풍경은 과연 그러했다. 과일과 생선 그리고 정육매장에서 번갈아 마이크에 대고 물건을 사라고 소리질렀다. 한참 듣고 있으려니 귀가 얼얼하고 정신이 없어졌다.■시장에서 호객하는 소리는 생동감이 넘친다. 남대문시장에서 상인이 손뼉을 치고 발도 구르면서 “골라 골라. 쌉니다, 싸요”하며 소리지르는 장면은 서울의 명물이 됐다. 색색가지 상품을 보면서 열기가 넘치는 시장을 한바퀴 돌아나오면 삶에 활력을 얻기도 한다. 그러나 대형할인점에서의 고성은 고객들에게 큰 고통을 준다. 탁 트인 시장공간과 사방이 막힌 할인점은 다르다. 확성기를 사용하는 호객소리는 고객들에게 고문을 하는 것과 다름없다.
■대형할인점은 새로운 서양식 유통시장이지만 아직 재래시장의 호객 관행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 모습은 까르푸 등 외국계 할인매장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같은 상호를 내건 외국계 할인점도 선진국에서 영업하는 모습은 다르다. 선진국에서 살다온 사람들은 조용한 음악이 들리는 넓은 매장에서 즐겁게 쇼핑했던 시간을 회상한다.
■한국사람들은 소음에 무감각하게 길러지고 있는지 모른다. 환경부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 177개 초·중·고교가 학교까지 들어오는 외부의 소음으로 수업에 지장받고 있다고 한다. 소재지에 따라 비행기와 기차 그리고 자동차의 소음이 원인이 되고 있다. 행상차의 확성기 소리, 자동차 경적 소리, 행인의 고함 소리가 뒤섞인 여러 학교의 환경은 참을 만한 수준을 넘었다. 학교 앞과 할인점 등 장소에 따라 소음허용 기준치를 정해서 통제할 수는 없을까?
최성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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