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의 러시아 방문에 맞춰 모스크바 언론들은 양국 경제협력 문제 등을 상세히 보도하고 있다. 그렇지만 한국에 갚아야 할 17억5,000만달러의 경협차관 문제는 그들의 `관심 밖'인 듯 전혀 언급이 없다.12일 러시아 국영 제1TV가 `이례적으로' 이 문제를 언급했다. “양국 경제관계에 관한 주요 문제 중 하나는 구소련의 한국에 대한 부채 상환인데 상환액이 15억~20억달러에 달한다. 반면 북한은 러시아에 대한 엄청난 부채를 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차관 상환을 이야기하면서 느닷없이 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채권국 임을 강조한 것이다.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채무는 구소련 시절 발생한 것으로 대략 40억달러 선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최근 러시아에는 돈 문제에 관한 한 남북한을 `하나의 한국'으로 보려는 분위기가 있다. “남북한 관계가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는데 언젠가는 북한의 러시아 부채를 남한에서 갚아줘야 할 것 아니냐. 그러면 우리가 오히려 한국에서 돈을 받아내야 될 것”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정부의 공식입장이 아니고 일부의 시각에 불과하지만 러시아 국영TV가 굳이 언급하고 나서느? 모양이 심상치 않다. 러시아의 특수한 사정은 있지만 그들은 `유즈나야 까레야(남한)'든 `세비르나야 까레야(북한)'든 `같은 까레야(한국)'로 간주하는 것이다.
한반도 통일논의가 진전될수록 러시아에서 이 같은 기류는 더 확산될 것이다. 우리가 `통일비용'을 이야기할 때 이러한 `러시아 케이스'는 한번쯤 곱씹어볼 대목인 듯하다.
모스크바=이태희기자 taehee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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