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訪美 조명록/ 미사일 개발 '조건부 포기안'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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訪美 조명록/ 미사일 개발 '조건부 포기안'유력

입력
2000.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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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제시 '모종의 구상' 뭘까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워싱턴을 방문중인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 1부위원장을 통해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에게 제의한 '모종의 구상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일 오전 백악관에서 조 부위원장이 클린턴 대통령과 회담한 직후 웨디셔먼 대부정책조정관은 특별브리핑을 통해 "조 부위원장이 김 의원장을 대신해 양국이 그동안 양자관계에서 이룩한 진전을 발전시키는 방안에 관한 모종의 구상들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셔먼 조정관은 이어 "조 부위원장은 김 위원장으로부터 매우 강력한 메시지를 받아온 것이 분명하고 그 내용도 잘 파악하고 있어 가져온 한 세트의 구상을 매우 강력하게 개진했다"며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과 조 부위원장간의 회담에서 구상들중의 일부에 대한 검토를 시작할것"이라고 덧붙였다.

평소 침착하기로 소문난 '강철여성'으로 불리는 셔먼 조정관이 이처럼 호들갑을 떨자 국무부 주변에서는 "백악관 면담에서 정말 무언가가 오갔다"며 그 내용을 캐느라 온종일 촉각을 곤두세웠다.

현재까지 흘러나온 얘기로는 '경천동지'할 만한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획기적인 제안이 오고 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중 첫번째로 꼽히는 것은 북미간의 3대 현안 중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 행정부가 가장 관심을 쏟고 있는 북한미사일 해법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워싱턴 외교관계자는 "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간의 회담에서 나왔던 '제3국 인공위성 대리발사 조건부 미사일 개발 포기안'이 농담으로 한게 아니라 진지하게 논의할 수 있는 제안이라는 사실을 조 부위원장이 밝혔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은 처음 김 위원장의 구상이 전해졌을 때부터 이를 가볍게 생각하지 않았다"며 "올브라이트 장관이 진의를 확인하기 위해 모스크바로 급히 달려갔던 갔던 것도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다른 하나는 테러지원국 해제와 관련한 적군파요원 처리 문제일 가능성이 있으나 이 문제는 이미 뉴욕회담에서 대부분 걸러진 사안이어서 45분간의 짧은 면담에선 깊이있게 논의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외교관계자는 "모종의 구상의 실체는 11일 저녁께 나올 가능성이 있는 공동성명에서 드러날 것"이라며 "이 문제가 해결될 경우 임기말 클린턴 행정부로서는 큰 외교적 치적으로 내세울 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환영 만찬 표정

조명록 부위원장(인민군차수) 일행은 10일과 11일 만찬과 회담으로 이어지는 일정을 매우 바쁘게 보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은 10일 저녁 국무부 청사 8층의 벤자민 프랭클린룸에서 조 부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대표단을 위해 환영 만찬을 베풀었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이날 오전의 연쇄 회담 성과에 만족한 듯 조 부위원장 일행에게 거듭 환영의 뜻을 표시하며 건배를 제의했다.

답사에 나선 조 부위원장도 올브라이트 장관 등 자신들을 성심껏 맞아준 미국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달했으며 참석자들은 중간 중간 박수와 폭소로 화답하는 등 시종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환영사에서 “전세게에서 냉전은 10년전에 사라졌지만 한반도에서는 계속되고 있다”며 “얼어붙었던 것은 녹을 수 있고 서로 다투던 땅은 공동의 땅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이어 “남북한, 북한과 미국간에 존재하는 안보, 정치 및 경제적인 차이는 해결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조 부위원장은 답사에서 “북한의 체제 안보만 미국이 담보해 준다면 김정일 (위원장이 중대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밝혀 이날 오전 빌 클린턴 대통령과의 회담이 뜻대로 진행됐음을 시사했다.

조 부원장은 또 “조선반도의 긍정적인 변화는 조-미관계에서도 동일한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이날 헤드테이블에는 조 부위원장, 올브라이트 장관, 지난해 5월 평양을 방문한 윌리엄 페리 전 대북정책조정관과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 웬디 셔먼 대북정책조정관, 로버트 갈루치 전 한반도 핵대사 등이 앉았다.

만찬에는 워싱턴의 정가, 관가, 외교가, 기업계, 교민사회 인사 등 150여 명이 참석, 약 1시간40분 동안 북미 양국의 우의를 다졌으며 참석자들은 대부분 북미관계가 앞으로 잘 발전해 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조 부위원장은 이날 오전 군복 차림으로 백악관에 들어갈 때만 해도 꽤 긴장된 모습이었으나 클린턴 대통령과의 회담을 끝내고 나온 뒤 차속에서 기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웃음을 지어 보일 정도로 표정이 풀렸다.

한국계인 헤럴드 고(한국명 고홍주) 국무부 인권차관보는 “사태가 이렇게 빨리 발전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며 조 부위원장과 한국말로 “반갑습니다”라고 인사를 나누었다.

조 부위원장의 비서인 장계현 상좌는 김정일 위원장에 대해 “다들 잘못 알고 있다가 지난번 김대중 대통령과 만났을 때 실제 모습을 보고 놀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군악대가 `아리랑'등을 연주하는 가운데 흥이 고조되면서 올브라이트 장관이 “오늘이 남북화해를 위해 노력해온 페리 박사의 73회 생일”이라며 축배를 제의하자 조 부위원장은 “연로한 몸으로 평양을 직접 방문했다”며 북미 관계 개선에 기여한 공로를 치하했다.

그러자 올브라이트 장관은 “두 사람이 겨우 6개월밖에 차이가나지 않는데 노령이라고 치켜세웠다”고 말해 좌중에 폭소가 터졌다.

조 부위원장은 만찬에 앞서 일행과 함께 워싱턴 시내관광을 했다. 이 근 유엔 대표부 차석대사 등 4명을 대동한 조 부위원장은 국무부 직원의 안내로 워싱턴기념탑과 국회의사당, 링컨기념관을 둘러본 후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생가인 마운트 버논을 방문했다.

조 부위원장은 귀로에 공군조종사 출신답게 스미소니언 박물관의 항공우주관을 특별히 둘러보기도 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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