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편식하지 않는다.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관객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그동안 부산국제영화제는 일본 영화 마니아들에겐 영화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는 좋은 기회였다. 3차 일본대중문화개방으로 그것이 어느 정도 `해갈' 된 때문인지 관객들의 시야가 넓어졌다.올해 출품된 일본 영화는 모두 16편. 그중 전회 매진된 작품은 이와이 순지의 조감독 출신인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의 `해바라기' 뿐이다. `공각기동대' `러브레터' 등 화제의 일본영화에만 엄청난 인파가 몰리고, 영화제 내내 일본영화가 화제였던 지난해까지와는 다른 모습이다.
10일까지 14만4,175장의 입장권이 판매됐고, 상영작중 29편은 전회매진, 69편이 1회 상영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 전회 매진된 작품 중에는 짐바브웨 두산 라포스 감독의 `수잔을 위하여', 브라질 앤드루차 와딩턴 감독의 `나 너 그들' 등 그동안 접할 기회가 없었던 다양한 국가들의 작품이 들어있다. 물론 세계단편 애니메이션, 세계단편걸작선 처럼 영화제에서나 볼 수 있는 메뉴는 일찌감치 매진됐다. 빔 벤더스의 `밀리언 달러 호텔', 장이모의 `집으로 가는 길', 장웬의 `귀신이 온다', 크쉬지도프 자누쉬의 `성적으로 치명적인 전염병 같은 삶' 등 해외 유명영화제 수상작에 대한 인기도 여전하지만 그동~? 관심이 적었던 유럽영화들에 쏟아지는 찬사 역시 만만찮다.
“유럽영화는 재미없다”는 편견을 불식시킨 독일 출신 도미니크 몰 감독의 `나의 영원한 친구 해리' 는 영화 초반부터 웃음이 터지면서 흥미진진한 스릴러의 매력을 전달했다. 영국 빌리 달트리의 감독 데뷔작인 `빌리 엘리오트' 는 눈물을 흘렸다는 남성 관객이 나올 정도로 묵직한 감동을 전달했다. 영국 거장 켄 로치는 LA의 불법 이민자들의 척박한 삶을 드러낸 `빵과 눈물' 을 통해 혁명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휴머니즘적 시각을 드러냈다. 크로아티아의 빈코 브레잔의 `티토의 정신'도 마찬가지.
실루엣 애니메이션이라는 독특한 기법으로 화제를 모은 프랑스 미셸 오슬로 감독의 `프린스 앤 프린세스', 형식은 인형극과 SF, 내용은 정통 무협인 대만 황청하 감독의 `성석전설' 도 상영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으면서 좋은 반응을 얻은 애니메이션이다.
부산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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