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통과로 가속도'장애물은 사라졌다. 이제 우리는 금융지주회사로 간다.'
금융권 합병 논의가 수면 위로 급부상한 가운데 일찌감치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통한 독자생존'을 선언해왔던 은행들이 금융지주회사법안 통과에 발맞춰 지주회사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빛은행을 중심으로 하는 정부 주도의 금융지주회사도 편입 대상 금융기관만 확정되면 곧바로 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여기에 리젠트그룹, 동양그룹 등도 지주회사 설립에 눈독을 들이고 있고 조흥, 하나은행 등도 독자적인 금융그룹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아 내년 상반기 3~4개의 금융지주회사 탄생을 시작으로 지주회사 설립이 봇물처럼 이어질 전망이다.
은행권에서 가장 먼저 금융지주회사 설립에 나선 신한은행은 7월초 지주회사 설립을 위한 어드바이저로 모건스탠리를 선정하고 7개 계열사에 대한 실사작업을 이미 완료했다.
각 계열사에 대한 가치를 평가해 계열사별 지주회사 주식교환비율을 산정하는 작업만 남아있는 상태다. 법안 시행령과 인가 기준이 마련되고 다음달 중순께 법안이 발효되면 곧바로 금융당국에 인가신청을 낸다는 계획이다.
당장은 은행, 증권, 생명보험, 캐피탈, 투신운용, 전산회사, 종합연구소 등 7개 계열사와 내년초 설립 예정인 금융포털회사 등 총 8개사를 지주회사 아래에 편입할 계획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벤처캐피탈, 채권정리전문회사 등도 설립하거나 인수할 예정이다.
신한은행 지주회사 연구위원회 이영진(李泳鎭)팀장은 “금융당국의 심사기간이 2~3개월 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지주회사 출범은 내년 3월쯤에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역시 지주회사 설립 사무국을 중심으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일단은 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산은캐피탈(76%)과 대우증권(25%)의 지분을 지주회사에 현물로 넘겨 산업은행-지주회사-자회사로 이어지는 시나리오를 구상중이다.
장기적으로는 생명보험사 등을 인수해 자회사 영역을 대폭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한빛은행을 축으로 한 정부 주도의 금융지주회사는 금융감독원의 경영개선계획 심사가 마무리되는 이달말 이후에 윤곽을 드러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는 한빛-광주-제주은행이 은행중간지주회사 아래에 묶이고 예금보험공사 자회사로 편입된 한스, 한국, 중앙종금과 부실 생보사 등이 결합하는 형태가 유력하다.
하지만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무조건 서두를 경우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우려도 높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세금우대 등 지주회사 설립을 장려하는 제도들이 도입돼야 할 것”이라며 “특히 지주회사 설립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충분한 준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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