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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러고도 '문책'이라 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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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러고도 '문책'이라 할 수 있나

입력
2000.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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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차와 한보철강의 매각 실패에 대한 문책 결과를 보면서 정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국가 경제에 막대한 손실을 끼친 중대한 과실에도 고작 실무선 3명에 대한 ‘경고’ 내지 ‘자진사퇴’가 문책의 전부라니 소가 웃을 일이다. “엄밀히 조사해 책임을 지우라“고 했던 대통령의 불호령이 무색할 지경이다. 대통령의 뜻을 겨우 이 정도로 밖에 헤아릴 수 없었다면 차라리 거론치 않는 편이 나을 뻔 했다. 이러고도 대우차와 한보철강의 매각작업에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기대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울 뿐이다.물론 제일은행장, 자산관리공사사장, 대우구조조정추진협의회 의장에 대한 제재는 당연한 조치다. 각각 한보철강과 대우차 매각의 협상창구 책임자로서 씻을 수 없는 과오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어떤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 하더라도 일선사령탑으로서 결과적인 판단미스와 정책오도, 그로 인한 국가적 피해에 대한 인책은 당연하다. 이들중 어느 누구도 그동안 매각협상이나 계약방식 등에 대해 ‘반대’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어 더욱 그렇다. 자신들의 큰 실책에 비해 오히려 이번 문책강도가 더없이 미약하다는 사실에 뜨겁게 자책해야 하리라 본다.

그러나 이들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은 실로 가당치 않다. 따지고 보면 이들은 ‘깃털’에 불과하다. 이들이 명실상부한 ‘매각 책임자’였다고 보는 국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들은 주어진 직분에 따라 협상일선에 나섰을 뿐, 이를 사실상 원격조종하고 지휘한 것은 정부당국이다.

당국의 지시나 승낙없이는 이들이 어떤 결정도 내릴 수 없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정부 자체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매각실패는 정부당국과 실무협상자들이 맞춘 장단이 깨진 것이며, 그 책임의 ‘몸통’은 정부인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문책은 ‘하수인’에게 국한되었고, 지휘계통의 책임당국은 완전히 빠져있다. 정부당국이 이렇게 책임에서 벗어나려다 보니 실무자들에 대한 처벌 논리도 궁해, 눈가리고 아옹식의 문책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 금감원 문책의 칼을 맡긴 것 부터가 잘못됐다.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이같은 ‘문책의 부실’이 빚을 앞으로의 매각협상 부실 가능성이다. 이번 문책은 아무리 협상이 잘못돼도 정부에는 귀책사유가 없다는 억지 정당성만 강화시킨 꼴이 됐다. 실무협상자들도 그저 대세에 따르면 자신에게 큰 화가 미치지 않는 다는 생존논리를 새삼 확인케 했다. 마지못해 겨우 모양새만 내는 문책이라면 차라리 안하느니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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