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이 평생 짊어지고 살아야 할 고통을 엄마가 대신 떠 안을 겁니다.”9월 30일 서울 성북구에서 장애인인 아들을 스타킹으로 목졸라 죽이고는 경찰에 자수한 엄마가 한 말이었다. 엄마로부터 죽임을 당한 그 아들은 터너증후군이란 장애를 갖고 있는 초등학교 1학년의 어린이였다. 아들을 죽인 엄마는 경찰에서 `오죽하면 그랬겠느냐' `장애가 없는 하늘나라에서 살게 해주기 위해서' 등등의 변명으로 일관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그 후 터너증후군은 체구가 왜소할 뿐 다른 장애가 없고 저지능아가 될 가능성도 20%밖에 되지 않는다는 의사의 소견을 들었다.
이 사건은 그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는 극악무도한 존속살인임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아이의 고통을 대신해 자신을 희생한 비통한 모정'이란 표현으로 미화했고 기사를 접한 국민들은 살인자를 동정하고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장애를 가진 것은 전혀 부끄러운 것이 아니므로 장애인 또한 권리를 가진 국민으로서 존중받으며 살아가야 한다고 얘기들 한다. 그러나 잠재의식 속에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듯하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부모의 편안한 삶을 위해서라면 장애인을 죽일 수도 있닐? 는 생각말이다.
이 사건은 절대로 자식을 위한 행동으로 왜곡되어서는 안된다. 그렇다면 암으로 투병 중이거나 노환으로 힘들어하시는 부모님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세상에는 고통없고 건강하며 배부른 부자들만이 살아있어야 하고 고통받고 아프며 가난한 이들은 모두 죽어야 한다는 말인가.
보건사회연구원의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장애인들 중에서 선천적인 원인이거나 원인 미상의 장애를 가진 이는 약 10%밖에는 안된다고 한다. 다시 말해 약 90%의 장애인의 질병 사고 공해 등의 후천적인 원인으로 장애를 갖게 되었고 이는 개인적인 잘못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가 원인이 되었다는 얘기다. 오히려 장애인들에게 고통의 삶을 지워준 당사자인 사회는 장애인들이 존엄성을 갖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여건을 제공해 줄 막중한 책임이 있다.
우리의 잠재의식에 여전히 남아 있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은 하루 빨리 없어져야 한다. 그것만이 자신을 죽인 부모를 원망하며 허공을 떠돌고 있을 죽은 이들의 원혼을 달래고 사죄하는 길이 될 것이다.
이광원
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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