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남북공동선언이 있은지 대략 4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이산가족 상봉, 대북식량 지원, 세차례의 장관급회담과 한차례의 국방장관급 회담, 언론사 대표들의 방북 및 교차 관광, 경의선철도 연결을 위한 기공식등 후속조치들이 정신없이 진행되어 왔다.이같이 눈부신 남북교류 속에서 알맹이가 없다는 비판, 너무 서두르고 있다는 우려, “북한이 오히려 너무 너무 잘하고 있다”는 자조섞인 역설적 푸념이 세론에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대북정책에 대한 `속도조절론'이 의미심장하게 제기되고 있다.
되돌아 보건대 북한의 대남 경제 지원요구는 정도가 지나쳐서 남한의 경제력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우려의 소리도 높다.
북한은 정중하게 지원을 받기 보다는 빼앗아가는 식이다. 이산가족 상봉도 이런 속도라며 10년이 더 걸려야 완료될 것 같고, 그나마 북측은 과거 남로당 출신 월북자들만을 중심으로 이산가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경의선 철도 연결 공사를 위해 반세기동안 철옹성처럼 닫혀있던 휴전선을 개방하기로 하였지만 북한은 평화와 안전, 군사적 신뢰구축에 대한 어떠한 확실한 언약이나 조치도 내놓지 않고 있다.
더욱이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주한미군 주둔을 양해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노동신문과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두차례나 주한미군철수를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노동신문등은 주한미군은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교란하고 전쟁위협을 조성하는 주된 세력이며, 남조선 인민들의 불행과 고통의 화근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과거와 다름없이 교조적인 혁명노선이다.
북한은 최근 남북한간 정식 대화채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당 창건일(10월 10일)에 한국내 제정당.사회단체 대표들을 초청한다는 방송을 선전매체를 통해 내보낸 바 있다.
노동당 강령에 여전히 대남 적화노선이 그대로 살아있는 점에 비춰 초청이유는 국민의 정서를 고려할 때 납득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북한은 남한을 난처하게 만드는 제의를 계속하고 있다. 아마도 정치 심리전을 의도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초청하려면 인권문제와 핵 및 미사일 문제해결에 성의를 보이면서 노동당 규약의 대남적화노선을 삭제한후 정중하게 예의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상호인정과 존중의 명시적 증거이기 때문이다.
우리들로서는 국내적으로 국민의 합의를 먼저 창출하고 국제적으로는 관계국들과의 공조적 보조를 맞추어야 한다.
국제공조가 어긋나면 될 일도 어렵게 된다. 북한은 평화정착과 신뢰구축을 위해 성의를 보여야 한다. 이제는 한숨을 돌리면서서 북한의 태도를 관망해보는 것이 좋겠다. 결국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현인들의 지혜가 더욱 의미있게 느껴진다.
류재갑(柳在甲) 경기대 통일안보전문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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