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기업구조조정 계획에 따라 이달말까지 퇴출대상기업을 골라내기 위한 채권은행들의 심사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큰 가이드라인만 정해주고 세부적인 판정은 채권은행에 일임했기 때문에 결국 은행들이 기업 생사의 칼자루를 쥔 형국이다. 각 은행들은 이번 구조조정의 성패, 나아가 우리 경제의 앞날이 바로 지금의 심사서류 하나하나에 달려있다는 사실에 각별히 유의하고 대의(大義)로서 임해야 할 것이다.시간이 촉박한 데다, 그렇다고 도식적인 잣대로 퇴출을 일률화할 수도 없어 심사은행들은 저마다 고충이 많을 것이다. 때로는 은행의 이해관계와 정면충돌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복잡다기한 요소들 속에서도 판정작업이 공정성과 객관성을 유지해 ‘최후의 공신력’을 담보하는 수단은 한가지 밖에 없다고 본다. ‘투명성’이 알파이자 오메가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벌써부터 시중에는 심사작업에 대한 로비설이 들끓고 있다. 퇴출보다 구제에 치중하겠다는 정부의 기본 방침과 맞물려 한계선상의 부실기업들이 저마다 구제 명분을 들이대고 있다고 한다. 정부나 정치권의 실력자들이 이같은 로비에 동원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바로 이러한 내외의 압력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해서라도 채권은행들은 유리알같은 투명성을 견지해야 한다.
최종 판정에 앞서 심사대상 기업의 모(母)집단을 각 채권은행별로 공개하는 것도 좋은 방안일 수 있다. 그럴 경우 해당기업들의 피해와 시장의 파장이 우려되지만 일시적인 충격에 그칠 것이다. 절차의 투명성은 과도기적 부작용을 빚을 우려가 있지만 종국에는 대의를 만들어 낸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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