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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두달 진념장관 인터뷰 / "예금보장제 이전에 금융안정 더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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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두달 진념장관 인터뷰 / "예금보장제 이전에 금융안정 더긴요"

입력
2000.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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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돌아가는 모습이 심상치 않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초창기에 그랬던 것처럼 대통령이 “내가 직접 경제를 챙기겠다”면서 팔을 겉어붙인 것에서도 현 경제상황의 긴박감을 엿볼 수 있다. 과연 한국경제는 제2의 위기로 치닫고 있는 것일까.`국민의 정부' 집권2기 경제사령탑으로 취임 두 달(7일)을 맞은 진 념(陳 稔) 재정경제부 장관으로부터 현 경제상황에 대한 진단과 현안별 처방을 들어왔다.

/대담=이백만 경제부장

-우선 현 경제상황이 위기라는 시각에 동의하십니까.

“어렵지만 위기는 아닙니다. 각 부문별로 문제는 많아도 8% 성장, 3% 물가, 100억달러 흑자, 4%미만 실업률을 가진 나라를 어떻게 경제위기라고 얘기할 수 있습니까.”

-너무 지표만 맹신하고, 펀더맨틀(경제기초)는 외면하는 것 아닌가요.

“세간에선 경제팀이 너무 낙관적이라고들 얘기하는데, 이 점은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나도, 경제팀 전체도 펀더맨틀이 좋다고 말한 적은 단 한번도 없어요.

오히려 거시지표는 좋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펀더맨틀이 어렵다고 누차 강조해왔습니다. 금융과 실물, 지역·계층·산업간 불균형 같은 문제를 모두 인정합니다. ”

-경제팀장까지 펀더맨틀이 어렵다고 생각4 m다면 정말로 위기같은데….

“문제를 알고 있고, 위기의식을 갖고 대응하는 한 위기는 오지 않습니다.”

-현안별로 점검해볼까요. 우선 예금부분보장제는 어떻게 하실 계획입니까.

“무척 고민하고 있습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6일 청와대에서 역대 경제부총리와 재경부장관들을 만났습니다.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예금부분보장제 시행을 연기해야 한다고 건의하시더군요.

워낙 찬반양론이 많아 연기를 해도 욕먹고, 강행을 해도 욕먹을 수 밖에 없을 것 같네요. 금융개혁 차원과 자금시장 안정 차원을 모두 고려, 정부의 최종방침을 금주중 결정할 예정입니다”

-진 장관께서는 취임 때 내년 1월부터 시행하겠다고 이미 말씀하지 않았나요.

“(1월이 아니라) 내년부터라고 얘기했습니다. 1월부터 시행할지, 아니면 연내(내년중 적당한 시점)에 시행할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시행시기를 연기하거나 보장한도를 너무 높이면 `개혁이 뒷걸음질친다'는 비난이 나올 수도 있는데….

“분명하게 말하지만, 예금부분보장제는 금융시스템의 문제이지, 사회정의의 문제가 아니예요. 금융실명제나 부동산실명제, 토지초과이득세 같은 조치와는 다른 것입니다. 지금은 금융시스템의 안정이 긴요한 시점입니다”

-증시가 너무 침체되어 있는데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 아닌가요.

“과거처럼 직접 개입할 수는 없고…. 대신 연기금 주식투자 확대방안을 생각중이에요. 우선 연기금이 증시에 바로 들어가기 어렵다면, 공동펀드를 구성해 투자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줄 방침입니다.”

-자금시4 m쪽에선 연말 대규모 회사채 차환을 앞두고 `금융대란설'이 나도는 것을 아십니까.

“연말까지 회사채 만기도래규모는 약 17조원이지만, 자체 신용으로 차환이 가능한 4대 그룹분을 빼면 실제 문제가 되는 물량은 8조원 정도예요.

이미 마련된 10조원 채권형 펀드중 6조원이 남아있고, 체신예금 등의 협조를 받아 10조원을 더 조성할 계획입니다. 신용보증기관에서 12조원 보증도 공급합니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금융대란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금융구조조정쪽은 어떻습니까. 아무래도 은행합병에 관심이 많은데….

“우량은행간에 무르익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좀 지켜봅시다.”

-은행장들은 소극적인 것 같은데요.

“지금 은행들이 과연 제 역할을 하고 있나요. 역할도 못하는 은행이 무슨 필요가 있습니까. 강요하지는 않겠지만 이대로는 스스로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 것입니다.”

-공적자금 투입은행의 감자(減資)여부에 대해서도 혼선이 많습니다.

“아직은 노코멘트예요. 다만 (감자를) 안해도 될 은행은 안할 것이고, 안하면 안될 것 같은 은행은 어쩔 수 없겠지요.”

-포드의 대우차 인수포기, 네이버스의 한보철강 인수포기, AIG의 현대투신 출자차질 등 일련의 사태를 놓고, `외국자본이 위기를 벗어나고 있는 한국을 길들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왕따시킨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이런 음모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논평할 가치도 없는 얘깁니다. 현재 GM이 대우인수에 매우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이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습니까.”

-물가~?? 불안한데…. 저금리정책을 수정할 때가 된 것 아닙니까.

“저금리정책이란 명목금리가 아니라, 실질금리(경제성장률에서 물가상승률은 뺀 수치)를 얘기하는 것 입니다.”

-그렇다면 물가가 오르면 명목금리는 올릴 수도 있다는 얘긴데요.

“그런 셈이지요.”

-끝으로 한번더 묻고 싶습니다. 국민들이 정말로 정부의 경제정책을 믿어도 되겠습니까.

“개혁을 하지 않으면 지난 2년반의 성과가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맙니다. 하지만 개혁을 할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내년 상반기까지, 짧으면 금년말까지 밖에 없어요. 정부도 배수진을 펴고 있고, 개혁 스케줄은 반드시 약속대로 밀고 나갈 것입니다.

결코 낙관론에 빠져있지 않아요. 금융,기업구조조정을 국민에게 제시한 일정대로 추진할 것입니다. 실패할 경우 반드시 책임을 지겠습니다. 연말까지만이라도 경제팀에 힘을 모아 주길 바랍니다.”

정리=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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