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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부분보장제 힘얻는 연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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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부분보장제 힘얻는 연기론

입력
2000.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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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냐, 강행이냐. 금주중 발표될 예금부분보장제 시행방안을 놓고, 정부안에서도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예금부분보장제에 대한 당초 방침은 `2001년1월1일부터 1인당 2,000만원까지만 보호한다'는 것. 그러나 이 약속은 이미 물건너간 분위기고, ▦시행시기는 지키되 한도를 4,000만~5,000만원으로 높이거나 ▦시행 자체를 연기하는 두 갈래 방향으로 좁혀지고 있다.

연기론자들의 논거는 급격한 자금이동으로 인한 금융 대혼란 가능성. `돈을 떼일지도 모른다'는 위기를 느낀 거액예금들이 부실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급격히 이탈하고, 덩달아 소액예금자들까지도 대량 예금인출사태가 빚어져 금융시장에 엄청난 소용돌이가 미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특히 내년1월은 금융소득종합과세, 외환자유화까지 맞물려 거액자산이 해외로 도피할 수도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나오고 있다.

반면 강행론자들은 금융구조조정의 완성 차원에서, 설령 한도를 높이는 한이 있더라도 부분보장제는 예정대로 내년1월부터 시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떤 곳에 돈을 맡겨도 원리금이 모두 보장되는 현 체제하에선 예금자들이 금융기관의 옥석(玉石) 구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시장이 금융기관을 차별화하지 않는데 금융기관들도 굳이 합병이나 경영합리화를 할 이유가 없고, 결국 금융구조조정은 물건너가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까지 흐름은 `한도는 확대하더라도 시기은 내년1월을 지킨다'는 쪽이었다. 금융발전심의회도 이 같은 의견을 재정경제부에 제시했고, 재경부 실무선도 마찬가지 입장을 진 념(陳 稔) 장관에게 보고했다.

하지만 지난주 후반이후 분위기는 `연기론'쪽으로 기울고 있다. 6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주재한 전직 경제부총리 및 재경부장관 초청 오찬간담회에서 김만제(金滿堤)·조순(趙淳)·이승윤(李承潤)·나웅배(羅雄培)씨 등 문민정부 이전 경제부총리 대부분이 `연기론'을 강력히 개진했다.

비록 강봉균(康奉均)·이헌재(李憲宰)씨 등 현 정부 경제팀장들은 `강행론'을 폈지만, 수적으로 열세였다. 대통령이 주의깊게 경청한 자리에서 상당수 경제원로들이 주장한 `연기론'은 힘을 얻을 수 밖에 없었고, 진 장관도 마음이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제2금융권은 물론, 대다수 우량은행장들까지도 연기론을 펴고 있다.

이날 전직 부총리 오찬간담회 직후 가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진 장관이 “내년부터 부분보장제를 시행한다는 것은 내년중 실시한다는 뜻”이라고 밝힌 것은 매우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그동안 `내년 시행=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받아들여졌던 점을 감안할 때, 진 장관의 이 발언은 경우에 따라선 시행시기를 하반기로 연기할 수도 있는 여지를 남겨놓은 것이다.

금년말까지 구조조정 마무리짓고 내년 상반기엔 후유증을 수습한 뒤 하반기가서 시행하면, 폭발력이 강한 예금부분보장제를 `연착륙'시킬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현 경제팀의 캐릭터로 보더라도 무리한 정면돌파 보다는 안전한 우회로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일반적 관측이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예금부분보장 외국사례

1970년대 이래 예금부분보장제를 채택하고 있던 일본은 금융불안이 본격화한 96년 원리금 전액보호제로 전환하면서 2001년4월 부분보장제 환원키로 했었다.

그러나 금융시스템 정상화가 지연되자 지난해 4월 부분보장제 전환시기를 1년 연장(2002년4월부터)키로 결정했다.

부분보장제로 돌아갈 경우 ▦보호한도는 원금 1,000만엔+이자로 하되 ▦요구불 예금에 한해 2003년까지 원리금을 전액 보장한다는 `차등보장제'를 택하고 있다.

부분보장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은 1인당 보호한도를 80년이래 10만달러로 유지하고 있다.

불가피하게 완전보장제를 채택할 경우 시한 또는 조건을 정해놓는 것이 일반적인 예. 멕시코는 2004년으로 완전보장제 시한을 명시했고, 스웨덴과 핀란드는 부분보장제 전환조건을 명문화했다.

예금보호제도 자체가 없는 나라들(태국 말레이지아 인도네시아 등)들만 전액보호제를 시행하면서 부분보장제 전환 일정을 잡아놓지 못하고 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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