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키협회는 요즘 우울하다. 남자대표팀이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내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음에도,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이 기념품으로 대표팀의 하키스틱을 받고 싶다고 했을 정도로 깊은 관심을 보였어도 협회의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다.(하키대표팀은 5일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올림픽선수단 환영다과회에 참석, 대표선수들의 사인이 담긴 하키스틱을 김 대통령에게 선물로 증정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다른 종목 메달리스트들과 너무 비교가 되기 때문이다. 한 사격선수는 스카우트 경쟁에 휘말릴 만큼 인기가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고 수도권의 한 시는 여자 금메달리스트를 위해 양궁장을 지어준다는 약속을 했다. 펜싱, 태권도의 인기도 치솟고 있다.
하지만 하키만은 예외다. 남자하키 김상열 감독은 귀국하자 마자 실업자가 됐다. 대표팀이 해산됐으니 그의 일자리도 자연스럽게 없어진 것이다.
똑같이 실업자가 된 여자핸드볼 감독과 달리 김 감독은 메달을 땄다고 해서 `화백(화려한 백수)'이라는 칭호를 하나 더 얻었을 뿐이다. 상황이 이러니 의기소침한 것은 당연하다.
협회는 시드니쾌거 이후 최소한 인조잔디구장 하나쯤 새로 생기기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현재 그런대로 쓸만한 인조잔디 구장은 4개.
지난 얘기지만 대표팀이 질 좋은 인조잔디구장에서 연습을 충분히 했다면 남녀팀 모두 이번 올림픽에서 페널티코너 성공률이 훨씬 더 높아졌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남녀대표선수들은 시드니에서 “인조잔디결 때문에 공이 흔들려 컨트롤이 제대로 안된다”고 당황해 했다.
전국체전에서 하키팀들은 부산이 아닌 김해로 가서 경기를 치른다. 부산에 하키구장이 없기 때문이다.
협회의 한 관계자는 “6억~7억원을 들여 인조잔디구장 하나를 만들면 관리비용없이 10년간 축구, 하키, 생활체육 등을 모두 할 수 있다”면서 “언제까지 선수들의 투혼만 바라보고 있어야 하나”고 하소연했다. 협회 사무실에는 6일까지 은메달 축하화분 2개만 달랑 놓여 있었다.
이범구기자 lbk1216@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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