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조직위원장 인선을 둘러 싸고 지극히 우려할 만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월드컵조직위는 오늘 전체회의를 열어 공석중인 위원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조직위 전체회의는 형식적 절차일 뿐 정부가 위원장의 인선을 사실상 결정한 상태라고 한다. 정부는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회장과 또 한 사람의 인사를 공동위원장에 선출하는 투톱체제를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문화관광부가 어떤 사정이 있길래 이런 구상을 했는지 모르나, 우리는 월드컵 조직위의 투톱체제가 명분과 실리 어느 것도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선 대표가 두 사람이라는 것은 정치적 절충이 필요한 조직이라면 모르되 월드컵조직위 같이 능률을 최고로 삼아야 할 태스크 포스의 성격을 가진 기구에서는 설명될 수 없는 일이다. 위인설직(爲人設職)은 버려야 할 구습이다.
투톱체제는 조직위의 원만한 운영에도 전혀 도움이 안된다. 공동위원장의 역할분담과 결재라인도 문제려니와 조직위 인력과 지원 공무원들에게 이중삼중의 인력낭비만 강요할 것이 뻔하다. 월드컵 조직위는 올림픽 조직위와는 달리 대회개최에서 독자적인 활동을 할 수 없고 오직 국제축구연맹(FIFA)의 결정과 규제아래 움직인다. 이런 조직이 두명의 위원장을 둔다면 일만 복잡해지고 혼선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2002년 월드컵은 사상 유래없이 일본과 공동개최한다는 점에서 투톱체제는 더욱 난센스다.
위원장 선출을 늦추더라도 단일체제로 가는 것이 성공적인 월드컵 개최와 차후의 불협화음을 막기 위해 지혜로운 길이다. 축구선수단에 두명의 감독을 두면 어떻게 될까. 정부는 바로 여기서 교훈을 얻기 바란다. 정치와 관료적 입김의 개입으로 스포츠가 왜곡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