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패배를 부인하고 권좌를 유지하려 안간힘을 쓰던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유고 연방 대통령이 몰락했다. 그는 13년 동안이나 철권통치를 휘둘렀지만 지금은 성난 국민들 앞에 얼굴조차 내밀지 못하고 있다.그의 행방에 대해서는 은신설, 망명설 등이 제기되고 있고, 일부에서는 아직 베오그라드 시내에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으나 어느 것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야당 연합인 세르비아 민주야당(DOS) 지도자 조란 진지치는 6일 시위대가 접수한 세르비아 국영TV에 출연, “밀로셰비치는 현재 측근들과 함께 세르비아 동남부 도시인 보르에 숨어 있다”고 말했다.
보르는 베오그라드 동남쪽 100㎞에 위치한 루마니아, 불가리아 국경에 접한 도시이다.진지치는 “밀로셰비치가 이 지역 군 부대에 은신해 쿠데타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보안군 일부 부대에 명령을 내리고 있지만 군 부대들이 그의 명령을 따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DOS 관계자 믈라단 바티치씨는 5일 밤 베오그라드 시청 앞 광장에 모인 10만 군중을 향해 "오늘 밤 9시15분(현지시각) 안8?토노프(AN) 항공기 한 대가 베오그라드 공항을 떠났으며 밀로셰비치 대통령이 탑승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벨라루스 등으로의 해외 망명설도 제기되고 있다. 베타통신은 안토노프 항공기 3대가 이날 오후 8시20분 베오그라드의 바타이니차 군용공항을 떠났으며 밀로셰비치가 이 항공기를 타고 국외로 빠져 나갔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케네스 베이컨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5일 “국외 탈출과 관련한 여러 가지 소문이 있긴 하지만 현 단계에서 어느 누가 유고를 떠났다고 확인할 만한 물증이 없다”면서 “우리가 아는 한 밀로셰비치는 부인과 함께 베오그라드에 있다”고 말했다.
밀로셰비치의 형인 러시아 주재 유고 대사 보리슬라브 밀로세비치도 6일 “밀로세비치는 아직 베오그라드에 있으며,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밀로셰비치가 망명을 한다면 이라크나 중국, 러시아 가운데서 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우선 이라크는 유고가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지하 벙커를 건설해주었고, 최근에도 반미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등 유대관계가 깊다.
중국은 지난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코소보 공습이후 대 서방 정책에 공조를 취해왔다. 러시아는 세르비아의 전통적인 우방이어서 가능성은 높지만 미하일 카샤노프 러시아 총리는 6일 일단 망명은 대안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한편 밀로셰비치가 그에게 등을 돌린 군부나 시위대 등에 의해 체포될 경우 그의 앞날은 불투명하다. 보이슬라브 코슈투니차는 지난해 6월 코소보 알바니아계 주민들을 학살한 혐의로 유엔 유고전범재판소에서 기소된 그를 국제 법정에는 세우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밀로셰비치가 대선 패배를 인정하고 권좌에서 스스로 물러난 것이 아니라 민중봉기에 의해 축출되는 상황에서는 서방 각국들의 압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부정선거 배후 조종, 부정 부패, 대통령직권 남용, 횡령 등 유고 국내법을 위반한 혐의로 국내 법정에 설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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