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5일 국회법 개정안 처리 문제 등 3대 정치 쟁점을 일괄 타결한 것은 대화정치의 계기가 다시 만들어졌음을 의미한다.이로써 여야는 2개월 넘게 계속돼 온 대치 정국을 해소하고 경제·민생 문제 등 국정현안을 다루기 위해 국회에서 자리를 마주하게 됐다. 이날의 일괄 타결은 정국 정상화의 의미 외에도 몇 가지 중요한 선례를 남겼다.
우선 다수에 의한 `날치기' 처리가 사실상 인정돼 오던 국회의 파행적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7월24일 민주당이 국회 운영위에서 한 국회법 개정안 `날치기'가 원천 무효됐다.
날치기에 대한 심리적 저지선이 생긴 것이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은 법안 처리에 대한 물리적 저지의 잘못도 스스로 인정했다.
정치 쟁점과 국정 현안을 분리했다는 점도 음미해 볼만한 대목이다. 여야는 3대 정치 쟁점을 영수회담에 넘길 지를 놓고 공방을 벌였으나 결국 `정치를 국회에 복귀시킨다'는 데 동의했다.
이 결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영수회담에서는 경제, 남북 문제등 보다 큰 틀의 논의를 할 수 있게 됐다.
우여곡절이 있기는 했으나 여야가 날치기 파동후 악화일로를 걷던 불신을 극복하고 정상적인 대화 채널, 즉 민주당 정균환(鄭均桓) 총무와 한나라당 정창화(鄭昌和) 총무간의 총무 라인을 복원한 점도 소득이다.
그러나 여야가 재가동을 시작한 대화정치는 여전히 시험대위에 놓여 있다. 여당은 날치기를 않겠다고, 야당은 물리적 저지를 않겠다고 합의했지만 이 약속의 실질적 효력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자민련을 포함한 여야 3당은 벌써부터 합의문을 놓고 아전인수식 해석을 하고 있다.
또 선거비용 실사개입 의혹에 대한 국정감사 및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과정에서 증인채택 등을 놓고 충돌이 생길 수도 있다. 보다 큰 맥락에선 9일 열리는 영수회담의 결과가 대화정치의 지속에 영향을 미친다. 대화정치가 순항할 지 여부는 아직도 미지수이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