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TV를 통해서도 방송됐던 일본 애니메이션 `미래소년 코난'에는 인류의 암울한 미래상이 그려져 있다. 주인공 코난의 개구쟁이 캐릭터로 인해 아동물로 폄하되고 있지만, 이 작품은 현 인류의 환경파괴 행위를 효과적으로 고발하고 있는 문제작이다. 이 작품이 생태위기를 경고한 레이첼 카슨의 인문서 `침묵의 봄'과 견주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위험사회를 넘어서'는 우리의 생태위기를 역사적ㆍ현상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계간 `문화과학'의 편집위원인 저자가 `국토개발'이라는 현란한 수사로 자행된 각종 `국토파괴'의 실상과, 대안으로서 생태운동의 방향을 제시했다. 1993년부터 쓴 11편의 글들을 모은 것이라 어쩔 수 없이 시대착오적인 부분도 있지만, `생태사회'를 바라는 저자의 꿈은 21세기를 맞은 지금 여전히 유효하다.
저자는 우선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이 규정한 `위험사회'의 개념을 빌려 현재의 한국사회를 해부한다. `환경위기로 대변되는 현대 산업사회의 위험이 주위 어디에나 상존해있고 위험 자체가 정상이 돼버린 사회'라는 것이다. 그는 여기에 한국의 특수상황으로서 군부독재의 전횡을 추가함으로써 울리히 벡을 뛰어넘고자 한다.?
책은 이후 상당히 과격한 언어로 군부독재 시절 이뤄진 각종 `국토파괴'행위를 낱낱이 고발한다. 박정희 정권 때는 `토목공화국'이라는 별명답게 소양강 댐과 경부고속도로 건설 등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각종 개발계획이 남발됐고, 전두환 정권 때는 `한강종합개발사업'으로 자연파괴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삭막하고 불결한 시멘트 덩어리들이 마치 탱크를 몰고 진주한 쿠데타 군처럼 대한민국을 지배하게 됐다'는 그의 발언은 설득력이 있다.
국토파괴 사례로는 1990년대 이후 본격화한 서남해안권 개발사업, 그 중에서도 대규모 간척사업을 꼽았다. 서울 면적보다 조금 더 큰 686㎢의 새 땅이 생김으로써 육지와 해양 생태계 사이에서 완충작용을 하던 개펄이 완전히 파괴됐다는 것이다. 천수만 간척사업에 공사비 931억원을 들여 2조 4,500억원의 부동산을 소유하게 된 재벌기업의 `횡포'도 고발된다.
이러한 재벌 위주의 개발지상주의가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지식정보사회에서도 계속되고 있다는 분석도 새롭다. 인터넷을 국제경쟁력을 키워갈 `전자불도저'에 비유하거나 `제2의 국토'로 여기는 정책 담당자의 태도에서 여전히 기존의 개발지상주의 냄새가 풍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래에 대해 비관만 하지는 않는다. 생태파괴를 막기 위한 대안으로서 `생태운동'을 제안한다. 그가 꾸는 `생태사회'의 꿈은 아름답기만 하다. “자연의 순환을 깨는 모든 행위가 결국 인간 자신의 생존에 중대한 대가를 요구하리라는 것, 이 `생태론적 인식전환'이야말로 생태사회를 가능케한다. 사회 구성원 각자가 각종 환경운동의 회원으로 가입해 실천적인 `작은 참여'를 이뤄~? 때 우리는 모든 강에서 갓 잡은 싱싱한 생선들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을 것이다.”
김관명기자 kimkwmy@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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