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발규제를 푼다고요? 교육부가 아무리 얘기하면 뭐합니까.”(학생) “왜, 골치 아픈 문제는 항상 학교로 떠넘기죠?”(학교) “교육 당국이 중고생들에게 끌려 다니기나 하니….”(학부모)'자율결정'은 종전입장 되풀이 불과
"골치아픈 문제 학교에 미루기" 비난
교육부가 4일 전국 시·도 교육청 중등교육과장 회의를 열고 “두발문제는 학교장이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을 수렴해 최대한 민주적 자율적 결정이 되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리자 일선 학교와 학생들은 오히려 더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고 아우성이다.
교육부의 대책이란 것이 사실상 종전 입장을 되풀이한 것에 불과한데도 마치 정책을 엄청나게 바꾼 듯 유난을 떠는 바람에 혼란만 더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다.
5일 교육부 홈페이지(www.moe.go.kr)는 전날 교육부의 발표를 비난하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두발문제, 일선 학교로 미루지 말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 홍모씨는 “교육부의 처사는 골치 아픈 사안은 항상 학교에 미루는 태도를 다시 한번 보여준 처사라 매우 불만스럽다”며 “교육부조차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있지 못하면서 일선 학교더러 어쩌란 말인가?”라고 꼬집었다.
이런 하소연은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서울 K고 K교감은 “교육부의 조치는 조치랄 m 도 없는 면피책에 불과하다”며 “교장 재량인 두발 규정을 교육부가 대책회의까지 갖고 지시한다는 것부터가 우스운 일”이라고 질타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도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을 수렴, 두발 규정을 정하라는 지침은 작년부터 줄기차게 일선 학교에 보냈던 것”이라며 “교육부의 이번 발표는 쏟아지는 학생들의 인터넷 민원을 감당하지 못해 내놓은 대외용 제스처 같다”고 평가절하했다.
학생들의 두발 규제 반대 서명운동 사이트인 `노 컷(No Cut)' (www.idoo.net/nocut)에 이날 글을 올린 학생들은 “교육부에서 지시하면 뭘해, 학교장이 안된다면 그뿐인데” “머리 자율화되는 줄 알고 오늘 학교 갔더니 머리 때문에 욕 얻어 먹었다” “어느 쪽이든 머리 못 기르는 건 당연한 것 아냐? 책임지기 싫으니까 괜히 그러는 거지?” 등의 글이 올랐다.
학부모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 박모씨는 `소신 없이 끌려 다니는 교육부, 나중엔 화장도 자율화하겠네'라는 글을 올렸고 또 다른 학부모는 “세금 낭비할 필요 없이 이제부터 애들 교육은 전적으로 학부모가 책임져야 할 것 같다”고 푸념하기도 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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