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가족에 대한 한국인들의 생각이 달라지고 있다. 적령기에 결혼하여 해로하면서 아들 딸 낳고 사는 것이 인생의 '모범답안'이라는 생각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통계청이 내놓은 '99년 인구동태'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출산 감소다. 가임여성 1인당 출산아 수(출생율)는 1.42명으로 미국(2.06) 캐나다(1.66) 프랑스(1.75)보다 낮고, 일본과 독일(1.34)보다 높다. 산아제한 정책을 쓰기 시작했던 1960년의 출생율이 6명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큰 변화다. 1970년 1백만7천명이던 신생아 수가 99년에는 61만6천명으로 줄었다.
이대로 가면 2015년부터 인구가 줄어들고, 2020년부터는 노동력 부족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미 노령화사회로 접어든 우리나라에서 노인을 부양해야 할 젊은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현상이다. 국력쇠퇴와 노화를 우려하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출산율 감소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결혼연령이 늦어지고, 자녀를 낳지 않으려는 부부들이 증가하고, 아예 독신으로 살겠다는 숫자도 늘고 있다. 젊은 부부가 아기를 기피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아내쪽에서 출산을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직업을 갖고 직업을 통한 자기성취를 중시하는 오늘의 젊은 여성들은 직업과 육아의 양립이 얼마나 힘든지를 알게되면서 자녀갖기를 포기하고 있다.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에게 아기를 맡기는 것이 점점 힘들어지고, 탁아시설은 부족하고, 육아비용과 유아교육비는 엄청나게 치솟고, 무엇보다 직장에 전력투구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현실에서 젊은 여성들은 엄마가 될 엄두를 못내고 있다.
일본에서는 젊은 여성들의 출산기피와 함께 결혼기피 현상이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여성문제 전문가들은 결혼기피의 이유를 여러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여성들이 누구나 직업을 갖고 자기자신을 부양할수 있는 경제력을 갖게 되었다는 것, 현대교육을 받은 여성들은 전통적인 남존여비의 가족문화에 거부감을 느낀다는 것, 여자의 의식은 변했는데 남자의 의식은 전통에 머물러 서로 조화하기 어렵다는 것 등이 그 이유다.
젊은 여성들의 결혼기피를 노인문제와 연결짓는 시각도 있다. 한 여자가 결혼을 함으로서 보통 3~4명 이상의 노인(친정부모+ 시부모+ 조부모까지)을 돌봐야 하는 경우가 흔한데, 그런 과중한 부담이 결혼을 기피하게 하고, 이혼을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일본의 노인시설 부족이 여성들의 결혼기피와 이혼증가, 인구감소를 가져오는 주범"이라고 주장하는 사람까지 있다.
정부와 사회가 여성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 우리나라에서도 출산기피에 이은 결혼기피 현상이 큰 문제가 되고, 결혼기피는 인구감소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그러므로 출산감소는 세계적인 추세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왜 여자들이 아기 낳기를 꺼리는가를 생각하면서 대답을 찾아야 한다.
김대중정부는 역대 어느정부 보다도 여성문제에 관심을 쏟고 있다. 여성의 능력을 개발하여 사회진출을 늘리고 지위를 향상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탁아시설은 제자리 걸음이고, 아이를 가진 직업여성들은 직장과 가정 사이에서 비명을 올리고 있다. 또 여성문제를 바라보는 남자들의 의식도 크게 달라지지 않아 직장에서나 가정에서나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인구감소는 심각한 문제다. 출산과 육아는 개인의 일이 아니며, 국가와 사회가 같이 책임져야 한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여성의 의식은 크게 변하고 있다. 여성들은 '엄마'가 되는 것보다 자기자신의 발전에 점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엄마가 되라고 아무리 말해도 소용이 없다. 왜 엄마되기를 겁내는가 이유를 찾으면서 엄마들의 짐을 덜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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