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단계 기업구조조정에 본격 시동이 걸렸다.그러나 정부가 제시한 `기업 생사의 잣대'가 너무 단순한데다 명확하지도 않아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일부러 모호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지적도 적지않다. 이에 따라 살생부를 작성해야 할 은행들 역시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시장불안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정부가 소신있게 `기업 퇴출의 칼날'을 휘두를 수 있을지, 큰 기업은 살리고 작은 기업은 죽이는 `대마불사'의 신화가 되풀이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부실판정 기준의 세부 내용
부실판정의 대상이 되는 모집단은 7월말 현재 금융기관 신용공여 규모가 500억원이상인 대기업 740개. 이중 신자산건전성분류기준(FLC) `요주의 이하',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 1미만, 각 은행이 부실징후기업으로 관리중인 업체 등 150~200개사가 중점 대상이 된다.
은행별로 마련할 세부기준에는 ▦3년 연속 총자산 대비 결손률이 증가한 기업 ▦운전자금 대출이 연간 매출액의 4분의3이상인 기업 ▦부채비율이 동업계 평균비율 대비 150%를 초과한 기업 ▦총여신이 자기자본의 200%이상인 기업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여기에 ▦해당 업종의 향후 3년간? 전망 ▦업종별 경기변동 민감도 ▦해당 기업의 시장내 지위(업계 순위 및 시장 점유율) ▦5~10년후 산업구조개편을 감안한 성장 전망 ▦기업 소유·지배구조 ▦매출액 추이 ▦최고 경영자의 자질과 경영행태 등을 종합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서 회생 불가능 기업으로 판정되면 법정관리, 기업구조조정회사(CRV)로의 이전, 청산, 합병, 매각 등으로 정리된다.
▲ 부실 판정의 규모와 전망
금감원 정기홍 부원장은 “채권단의 판단에 달렸지만 150~200개 대상 기업 중 회생 기업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위원회의 관계자는 “98년 1단계 구조조정 당시 55개 퇴출기업 선정이 다 죽어가는 기업을 명단에 포함시켜 다시 죽이기로 하는 일종의 `쇼'였다면, 이번엔 기업 퇴출에 따른 은행의 손실을 정부가 상당부분 경감시켜주는 만큼 확실한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부실판정 대상기업에는 4대 계열 기업도 상당수 포함돼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금융계에서는 1단계 퇴출기업 수 보다 다소 적은 정도의 기업이 정리 대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정권 지수'나 다름없는 주가 등을 의식, 퇴출기업 수를 조정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남대희기자
dhnm@hk.co.kr
■ 금융감독원이 밝힌 부실기업 판정대상은 모두 150~200개. 과연 이 가운데 몇 개 업체나 법정관리 청산 합병 매각 등의 최종 퇴출대상에 오를까.
금감원이 예시한 부실기업 판정기준 가운데 ▦ 신자산건전성분류(FLC)기준에 따른 요주의급 이하나 ▦ 각 은행 내규에서 부실징후기업으로 관리중인 업체는 은행들마다 다른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분석이 용이치 않다.
이에 따라 마지막 남은 ▦ 최근 3년간 이자보상배율이 1.0미만인 업체로만 한정할 경우 12월 결산법인 가운데 89개사가 기준미달로 일단 대상에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금감원은 대상에서 법정관리나 회의 기업을 제외한다고 밝혀 정상영업중인 20개사와 워크아웃중인 27개사를 포함한 47개사가 퇴출의 최종 심판을 받게 될 전망이다.
이 같은 결과는 D증권사가 금융기관에서 500억원 이상을 차입한 12월말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것으로 금감원이 모집단으로 제시한 740개 업체에도 포함된다.
4대 그룹 계열사 가운데는 현대와 LG 등의 3개사가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 1에 못미쳤다. 삼성과 SK 계열사는 모두 기준을 충족해 현금흐름이 원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 대규모 항공업체와 원? 크아웃중인 자동차 업체,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정유업체 등도 기준을 미달했다.
업종별로 보면 건설이 15개사로 가장 많았으며 섬유가 7개로 뒤를 이었다. 국내경기 위축과 수출경쟁력 악화가 이들 업종의 영업수지를 크게 떨어뜨렸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이어 대부분 법정관리나 워크아웃 중인 전자통신 업체와 철강업종이 각각 6개사로 나타났다. 반면 최근 각광받는 분야로 떠오른 첨단 전자통신 업종에서는 기준미달이 한 곳도 없었다.
이와 관련 자료를 분석한 D증권 임원은 “부실 기업의 최종퇴출 결정에 따라 산업판도도 사양과 성장으로 크게 갈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기업구조조정위원회가 청산대상으로 판정하고 금감원에 통보한 5개사도 퇴출이 확실시 돼 워크아웃 기업은 44개사에서 39개사로 줄어들 전망이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나머지 워크아웃 업체는 채권은행단이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어 퇴출리스트에서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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