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파란만장한 정치 역정의 애환이 묻어있던 서울 동교동 사저가 완전히 헐렸다. 이 자리에는 김대통령이 설립한 `아시아태평양 평화재단'의 5층 건물이 들어선다.아·태재단(이사장 오기평·吳淇坪) 관계자는 “8월초 재단이사회 회의에서 결정을 내려 서울 마포구 동교동 178의 1에 위치한 건평 30평 규모의 1층 단독주택을 8월 28일 철거했다”며 “기반 공사를 거쳐 재단 건물을 지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아·태 재단측은 사저 자리와 지난 95년부터 매입을 시작한 사저 옆 부지 등 400여평에 새 건물을 짓는다. 새 건물은 내년 9월까지 50억원의 공사비가 투입돼 지하 3층, 지상 5층 규모로 완공된다.
김 대통령은 1962년 3월부터 95년 말 일산으로 이사가기 전까기 34년간 이곳에서 살았다. 이곳에서 세 차례의 대선을 치렀고 수십 차례의 가택연금 등 인고(忍苦)의 세월을 보냈다.
일부에서는 상징성 때문에 이 사저를 보존하자는 얘기도 있었다. 하지만 아·태재단은 퇴임 후 경호 문제 등을 고려, 김 대통령이 새로 지은 재단 건물에서 기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해 철거 m 건의했다. 다만 재단 관계자는 “김 대통령이 퇴임 후 어느 곳에 거주할 지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사저는 김 대통령이 일산으로 이사가면서 맏아들 김홍일(민주당) 의원에게 넘겨졌고 김 의원이 지난해 7월 서교동으로 옮기면서 어머니 이희호 여사에게 소유권이 넘어갔다. 철거 전까지는 비서관이 기거하면서 관리해왔다.
김광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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