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를 지배하는 자들은 누구인가`7공주(The Seven Sisters)'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흔히 `메이저 회사'로 부르는 국제적인 7대 석유회사로, 미국계인 액손, 걸프, 텍사코, 모빌, 소칼과 영국·이란계인 쉘, 영국계인 BP 등이 그들이다. 지난 해 액손과 모빌이 액손모빌로 합병됐지만 이들의 거대한 힘은 여전하다.
하지만 이들 위에 석유수출기구(OPEC)가 있다. 1960년 9월 `7공주'를 비롯한 거대 석유회사를 공동의 적으로 규정하면서 탄생한 이 기구는 최근의 유가 인상에서도 확인되듯이 `검은 황금'의 실질적인 지배자로 암약하고 있다. `7공주'와 OPEC의 틈바구니에서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로서는 이들의 거대한 힘 앞에 힘없이 굴복해야 하는 형편이다.
`석유를 지배하는 자들은 누구인가'(책갈피 발행)는 영국 `업저버'지의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저자가 이 `7공주'와 OPEC의 살벌한 대결현장을 발로 뛰며 찾아낸 성과물이다. 1973년 가을 이란 팔레비 국왕과 야마니 석유상이 석유가격을 4배로 끌어올리는 현장 기록은 아찔할 정도이다.
저자의 기본 시각은 이윤을 추구하는 서양 석유자본과, 중동과 라틴아메리카의 민족주의를? 토대로 한 OPEC의 대결은 앞으로도 계속되리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피해는 이 싸움을 그냥 지켜봐야만 하는 소비자와 제3세계 국가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우리와 무관하지 않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OPEC 결성 직후 베네수엘라의 페레스 알폰소 대통령의 선언으로, 그 내용은 21세기에도 유효하다. “우리들은 제한된 회원국만으로 클럽을 결성했다. 이 회원만으로도 세계 원유 총 수출량의 90%를 지배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의 결속은 굳건하다. 우리들은 역사를 만들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서방 각국이 석유지배권 싸움의 피해자가 누구인지를 확실히 인식하고, 거대 석유기업은 석유가 갖는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할 때, 석유는 오히려 세계 평화를 촉진시키는 윤활유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비록 그것이 서방세계가 주도하는 세계 평화일지라도 말이다.
/김관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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