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함성은 멎었다. 자랑스런 태극전사들도 모두 돌아왔다. 시드니의 뜨거운 감동은 가슴에 남아있지만 차분한 마음으로 내일을 준비할 시간이다.이번 올림픽에서는 모처럼 흐뭇한 일들이 많았다. 남북선수단의 동시입장은 한겨레의 화합정신을 보여준 상징적 장면이었다. 펜싱의 약진이나 남자하키의 분투, 레슬링의 부상투혼 등은 오래도록 기억될만한 값진 것이다. 특히 하키와 펜싱은 다른 약세종목들도 집념을 살리면 세계 정상권에 오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여고생들의 정상행진도 인상적이었다.
이러한 성공드라마의 한편에서는 기대를 외면한 실패와 좌절이 있었다. 이전보다 후퇴한 메달레이스 결과는, 과신과 자기도취는 실패를 부른다는 단순한 진리, 그리고 새로운 변화의 노력 없이는 내일의 비전도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물론 메달목표에 미달했다고 해서 실패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혹시 공명심이 너무 앞서 허세를 부렸거나 실력이 과대포장 되었다면, 또는 국제정보에 어두운 주먹구구식 사고가 아직도 남아 있다면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서울올림픽이후 10여년 동안 우리 스포츠가 경이적이라고 할만큼 고속성장한 것만은 분명하지만 타성에 빠져서 한계를 뛰어8? 넘을 비책의 연구에 소홀했다면 반성해야 한다.
이번 시드니 결과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매우 긍정적이다. 그만큼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높아졌다. 언론은 패자에게 위로를, 노메달에도 박수를 보내자고 했다. 체력은 국력이요 스포츠는 곧 국가경쟁력이며 국민통합의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했던 것이 엊그제인데 변해도 많이 변했다.
그러나 스포츠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이해하려 한다면 이러한 여유보다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더 절실하다. 또한 10대 청소년들이 스포츠캠프에 들어가 스포츠의 꿈을 한껏 키울 수 있는 교육환경이 또한 중요하다.
생활스포츠와 엘리트 스포츠는 결국 하나로 이어진다. 많은 스포츠인구, 대중화된 스포츠의 힘이 바로 세계의 경쟁력이 되기 때문이다. 장거리 여행을 마다 않고 뛰어 다니며 응원에 열을 올렸다는 호주 어린이선수의 이야기, 그리고 건강증진프로그램의 수련생에서 올림픽챔피언을 배출한 그들의 피라미드형 구조가 부럽기만 하다.
이제 우리 스포츠정책도, 국민인식도 바뀔 때가 되었다. 함께 참여하는 스포츠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이태영 스포츠포럼 공동대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