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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교 학생지도 '고민 2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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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교 학생지도 '고민 2題'

입력
2000.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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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오빠 보러갈래요"“선생님, H.O.T 오빠들 보러가야 하니까 조퇴시켜 주세요.”

서울 광진구 A중 3학년 담임 이모(29) 교사는 요즘 아이들과의 실랑이에 심신이 다 지친 상태다. 5집 앨범을 내고 활동을 재개하는 인기댄스그룹 H.O.T(사진)의 컴백공연이 열리는 6일 에 조퇴하겠다는 `오빠 부대' 때문이다. 지난 주에는 3~4명 정도이더니 이번 주 들어서는 벌써 10명을 넘어섰다.

이 교사는 “`공부 안하겠다'는 협박형에서부터 `한번만 봐 달라'는 애원형까지 다양하다”면서 “한두명도 아니니 난감하기만 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문제가 심각하자 4일 오전 교무조회시간에 교장이 “6일에는 학생들을 조퇴시키지 말라”는 특별훈시까지 했을 정도. 하지만 A중 3학년 한모(15ㆍ여)양은 “오빠들 얼굴을 못 볼까봐 걱정돼서 잠도 안온다”면서 “`선착순 입장'이라 일찍 가지 않으면 자리도 없다”고 발을 동동 굴렀다.

다른 학교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 강남구 B중 학생들은 복도에 게시판까지 만들어 교통편과 선생님 설득법, 플래카드 제작법 등 다양한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2학년 영어담당 오모(33ㆍ여) 교사는 “요새는 교사들의 화제도 온통 조퇴신청 처리 방안에 대한 고민들 뿐”이라며 “그냥 웃어넘기기m 는 도가 지나치다”고 걱정했다.

서울대 의대 심인섭(沈仁燮ㆍ소아심리) 교수는 “이상적 자아를 추구하는 청소년들의 심리가 상업적이고 자극적인 사회환경과 결합하면서 연예인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방식으로 드러나는 현상”이라며 “어차피 아이들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두발규제는 자유 침해?

4일 오후 2시 정부중앙청사 16층 교육부 대회의실.

나이 지긋한 `아저씨들' 20여명이 심각한 표정으로 머리를 맞댔다. 벌써 교장을 지낸 교육부 학교정책실장과 학교정책과장을 비롯해 16개 시·도 교육청 중등교육과장들이었다. 안건은 학생들의 `두발' 문제.

규정상 학교장 재량으로 교칙에 정하도록 돼 있는 사안에 대해 중앙부처까지 나서 `대책회의'를 갖고 고민을 해야 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까지 된 데에는 최근 들어 교육부 홈페이지 등에 “내 머리 내 마음대로 하는데 왜 뭐라고 하느냐” “두발 규제는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는 학생들의 항의가 엄청나게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은 학교장이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을 수렴해 최대한 민주적·자율적 결정이 되도록 하라는 것이었다. 또 각 교육청 주관으로 이달말까지 대토론회를 열고 각계의 의견을 널리 모아 학생 생활지도에 적극 반영키로 했다.

이런 내용들은 사실 새로운 대책이랄 것도 없다. 경남 진주여고에서는 학생, 교사, 학부모, 동창회 및 학교운영위원회 대표 등으로 학교생활지도규정심의회를 구성, 수 차례 논의 끝에 머리 m이는 자유화하되 염색이나 퍼머는 불허키로 하는 등 상당수 학교가 시행하고 있는 내용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학생의 머리 문제를 중앙부처까지 나서서 왈가왈부 한다는 것이 21세기에 별로 어울리지는 않는 것 같다”면서 “그러나 두발규제는 근본적으로 억압을 위한 것이 아니라 보호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학생들도 알아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광일기자 ki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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