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호텔 난립에 반발하는 주민운동이 결실을 맺어 정부와 지방 자치단체들이 주거환경을 해치는 시설 신축을 규제하고 나섰다. 일산·분당·중동 등 수도권 신도시 주민들의 완강한 반대 캠페인에 부딪친 당국이 러브호텔 난립을 조장한 혐의로 신도시 관할 교육장을 면직시킨 데 이어, 정부는 주택 밀집지역에 유해시설 입지를 방지하기 위해 특정용도 제한지구를 지정키로 했다.이에 따라 전북 김제시가 지난 달 30일 준농림지역 러브호텔 신축을 전면 금지하도록 숙박업소 설치에 관한 조례를 개정했다. 경기도는 4일 광릉숲 보전을 위해 주변지역을 특별 관리지역으로 지정, 숙박업소나 식품접객업소를 지으려면 도지사의 사전승인을 얻도록 하고, 시장·군수에게 위임된 사업승인권도 회수키로 했다고 한다. 신규허가 억제 뿐 아니라, 이미 승인이 난 사업권도 취소하고, 영업중인 호텔은 지자체 예산으로 사들여 다른 용도로 쓰는 방안까지 검토되고 있다 한다. 호들갑스러워 보이지만, 늦게나마 사태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지금 우리 국토는 온통 먹고 마시고 즐기는 시설들로 만원이다. ‘호텔강산’ ‘가든 공화국’이란 유행어가 말해주듯, 도시와 시골 어디건 러브호텔 갈비집 술집이 난립해 있다. 국민생활의 질을 엿보려면 그 나라 접객업소의 수준을 보라는 말이 있다. 일차원적 생리욕구를 충족시키는 시설이 필요 이상으로 많은 나라의 정신생활 수준은 물어볼 것도 없다. 집 수리기간 중 식구들과 함께 근처 여관에 투숙했던 어떤 주부의 참담한 경험담은 우리사회의 도덕률이 어떤 수준인지를 말해 주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낯설던 러브호텔이란 숙박업소가 학교 앞에까지 난립하는 현상은 세계에 유례가 없다.
듣기에도 민망한 그런 퇴폐업소 건립이 지방 자치단체들과 교육행정 당국에 의해 조장까지 되었으니 기가 막힐 일이다. 지방세 수입에 눈이 먼 지자체들은 이런 접객업소가 들어서기를 바라는 눈치고, 학교주변 업소 심의권을 가진 교육행정 당국은 무슨 이유인지 일선 교장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건건이 사업승인에 동의해 왔다. 심의위원회에 주민을 대표하는 사람은 없고 공무원 일색이어서 주민의사는 원천적으로 봉쇄돼 있는 셈이다.
러브호텔 허가규제로 그칠 일이 아니다. 관광객실은 부족한데 내국인용 시간제 업소만 늘어나는 러브호텔 붐은 어떻게든 식혀야 한다. 정부는 기존업소에 대한 세금공세와 각종 행정규제를 수단으로 퇴폐업소 창궐을 차단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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