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사상 최대의 대회전으로 기록될 올 대선 TV 토론회를 앞두고 민주, 공화 양당이 건곤일척의 머리 싸움을 벌이고 있다.미 언론들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혼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1960년의 존 F 케네디와 리처드 닉슨의 토론 이후 모처럼 맞은 이번 토론회가 미국의 21세기 최초의 대통령을 가리는데 결정적인 작용을 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현재까지 나타난 결과를 보면 앨 고어 후보와 조지 W. 부시 후보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일반적인 예상으로는 8년 가까운 부통령직을 수행하면서 국정전반에 관해 완벽한 식견을 갖춘 고어가 일방적 우세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고어는 지난 13년동안 무려 40차례에 가까운 토론에 참가하면서 토론의 대가라는 별칭을 얻었다.
뿐만 아니라 고어는 상원의원이었던 아버지로부터 어릴 적부터 사리분별과 입씨름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받아 하버드 대학 시절부터 각종 모임에서 항상 논리적 언변과 임기응변이 뛰어나 ‘토론선수 고어’라는 애칭으로 불릴 정도로 탁월한 언변을 과시했었다.
반면 부시 후보는 언어선택에 실수가 잦은 데다가 말에 조리가 없어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뿐 만 아니라 소규모 공회당 모임에서도 얼토당토않은 실언을 쏟아놓아 언론의 조롱거리가 되다시피 했다.
이 같은 객관적 조건을 놓고 보면 고어가 일방적 우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적이지만 실제로는 상황이 상당히 복잡하다.
먼저 제기되는 상황은 국민 대다수가 고어는 토론선수라는 선입견에서 비롯되는 돌발변수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민의 59% 이상은 고어 후보가 부시 후보에 우월한 입장에서 토론시험을 치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고어는 TV토론에서 아무리 잘해도 “현직 부통령이니까 당연하다”는 프리미엄 때문에 토론에서 부시를 압도해도 별다른 이익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고어 진영은 단순한 행정지식과 숫자인용에서 우월성을 과시하는 게 별다른 득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고심중이다.
반면 부시 진영은 비록 행정 장악력에서는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부시 후보 특유의 친화력과 진솔함이 유권자에게 제대로 전달될 경우 의외의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3일 저녁(한국시간 4일 오전) 토론회를 하루 앞두고 고어 후보는 트레이닝 캠프를 차린 플로리다주 사라소타에서 전국에서 선발된 13인의 보통사람들을 상대로 최종예행연습을 가졌다.
부시 후보는 뜻밖에도 토론준비를 마치고 웨스트버지니아주로 유세를 떠나는 여유를 과시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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